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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5월17일 광주 전남도청 뒷골목은 화평반점이라는 중식당의 개업 잔치로 시끌벅적하다. 일평생 남의 가게 주방장으로 살아온 아버지(강신일)가 드디어 자기 손으로 가게를 연 경삿날이기 때문이다. 맏며느리인 철수 엄마(김규리)는 만삭의 몸으로 홀 서빙을 돕고 결혼을 앞둔 삼촌(백성현)은 예비 신부와 인사를 드리러 온다. 온 동네 이웃들이 모여 축하를 건넨 화평반점의 첫날이 지나고, 다음날 아침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손주 철수(송민재)는 목욕탕에 들러 세신까지 하면서 본격적인 첫 장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룰 줄 알았던 철수네 가족의 기대와 달리 광주의 거리는 온통 계엄군과 최루탄으로 가득 찼다. 거리는 계엄령으로 봉쇄되고 무장한 군인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참히 짓밟는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아버지의 유일한 자랑이었던 장남 철수 아빠(이정우)는 계엄군에 쫓겨 도망치는 신세가 되었다.
충무로에서 30년간 미술감독으로 지냈던 강승용 감독의 연출 데뷔작 <1980
[리뷰] ‘1980’, 덤덤해야 할 역사의 비명을 미원 범벅의 간짜장처럼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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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퍼지는가. 영화 <댓글부대>는 자연스레 형성되는 집단적 의견이 아닌 명확한 목적과 음해 공작으로 완성되는 온라인 설전을 현실처럼 반영한다. 문제를 직관적으로 판별해내는 눈을 가졌으나 다소 허영심 높은 사회부 기자 임상진(손석구)은 대기업 뒤편에 숨겨진 비리를 조사하던 중 한 중소기업의 폭로를 단독으로 보도하게 된다. 국민의 대대적 관심이 필요한 이슈였지만 돌연 연예인 마약 사건이 터지더니 모든 게 무용해지고 만다. 고발 보도는 잊히다 못해 오보라는 오명을 얻고 용기낸 취재원은 억울함에 극단적 선택을 감행한다. 모든 게 순식간이었다. 현실 세계에서 흐르는 시간보다 온라인상의 시간은 더 빠르고 조급하게 흐른다. 모든 게 수포로 돌아가 오직 절망과 허무함만이 남은 그때, 젊은 남자가 다가와 상진에게 팀알렙에 관한 정보를 넘긴다. 찡뻤킹(김성철), 찻탓캇(김동휘), 팹택(홍경)으로 구성된 이 팀은 온라인상에 벌어지는 갑론을박을 철저한 계산하에 조종하고 변
[리뷰] ‘댓글부대’, 사이버 세상 속 여론의 뒷면을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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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을 가로지르는 등하굣길에 새로운 나무 이름을 익힐 수 있고, 이따금 들리는 사냥꾼의 총소리에도 놀라지 않는, 아직 자연과 가까운 어느 작은 산골 마을. 도시에서 온 연예 기획사 직원들이 5월 착공 예정인 글램핑장 설명회를 열어 지역 주민들과 만난다. 산이 곧 삶의 터전인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들은 회사 두달 매출과 맞먹는 중소기업 코로나19 보조금 때문에 급조한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상황이었고, 그 속셈이 마을 주민들에게도 빤히 보이기 때문이다. 정화조 위치를 바꾸지 않으면 이곳의 지하수로 살아가는 주민들에게 큰 피해가 올 것이며 사람들이 피운 모닥불 등을 이유로 대형 산불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문제 또한 설명회에서 제기된다. 특히 마을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타쿠미(오미카 히토시)의 반발이 매섭다. 지역 주민들의 시선에서 시작된 영화는 상사의 지시를 따라야 하는 일개 연예 기획사 직원일 뿐인 타카하시(고사카 류지)와 마유즈미(시부타니 아야카)의 시점에서 이 사안을 한번 더
[리뷰]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제 불가능한 자연의 폭력성이 파괴적 개발주의와 충돌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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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눈물의 여왕>
인터뷰 당일 아침에도 보다가 나왔는데 정말 재밌었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잘 살아 있고, 대사가 인물들의 특성을 잘 살려준다. 주인공들의 티키타카도 잘 맞아서 초반부터 흥미롭게 보고 있다.
화덕피자
빵, 떡볶이, 칼국수, 수제비 같은 밀가루 음식이 나의 솔 푸드다. 그 가운데 요즘 자주 먹는 건 화덕피자다. 그냥 피자는 안되고 꼭 화덕피자여야 한다! (웃음) 화덕피자는 도우 끝부분의 식감이 일반 피자와 다르지 않나. 그 맛에 완전히 빠졌다. 혼자 종종 맛집에 들러 시켜먹곤 한다.
뮤지컬
뮤지컬 보는 걸 정말 좋아한다. 올해의 목표 중 하나가 <헤드윅>을 보는 것이다. 예전에 조승우 배우님이 출연하는 회차를 보고 싶었는데, 티켓팅에 실패해서 보지 못했다. 올해는 유연석, 조정석 배우님 등 오랜만에 무대에 돌아온 분들이 계셔서 기대가 크다.
추리소설
시간 날 때마다 읽었던 책을 다시 읽고 있다. 추리소설을 선호하고 그중
[LIST] 장다아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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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와 뱀과 비둘기>
넷플릭스 | 영화 / 감독 황정보 / 출연 원경천, 원부화, 진이문, 왕정, 사경난, 이이인 / 공개 3월1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어쩌면 <달콤한 인생>에 근접한 쾌감
대만 고위급 갱단 보스의 장례식장. ‘쿠이린 키드’로도 알려진 이름난 암살자 천쿠이린(원경천)이 적진의 중심에서 새 보스를 사살한다. 즉시 뒤쫓아온 형사 천후이(이이인)는 몸싸움 끝에 천쿠이린의 흉기에 한쪽 눈을 잃는다. 갱스터의 심장과 경찰의 눈을 앗아간 대가로 4년간 숨어 지내던 천쿠이린은 자수를 결심하고 찾아간 경찰서에서 ‘대만 3대 지명수배자’ 포스터를 발견하고 일생일대의 목표를 재설정한다. 한국에서 <듄: 파트2>와 동시 개봉한 <파묘>가 박스오피스 1위를 지켰듯, 중국에서는 중국어 영화 <돼지와 뱀과 비둘기>가 정상을 차지했다. 난폭한 조폭영화를 강력하게 검열하는 공산당 선전부의 정책을 넘어서 개봉한 데
[OTT 추천작] ‘돼지와 뱀과 비둘기’ ‘맨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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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10부작 / 제작 케빈 파이기, 보 드마요, 찰리 펠드먼 / 연출 J. B. 발라드 / 목소리 출연 구이 아구스티니, 레이 체이스, 매슈 워터슨, 제니퍼 헤일 / 공개 3월2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장엄하고 뭉클한 클래식 <엑스맨>의 귀환
훗날 선스팟이 될 호베르투 타 코스타(구이 아구스티니)가 센티넬 블래스터를 활용해 뮤턴트를 학살하려는 무리에 잡힌다. 이때 스톰, 비숍, 사이클롭스 등 선배 엑스맨들이 등장하고, 위기에서 벗어난 호베르투는 아직 자신의 능력을 깨닫지 못한 채 자비에 영재학교에 은신한다. 한편 엑스맨들의 스승인 프로페서 엑스는 1년 전 헨리 가이릭에게 암살됐다. 엑스맨의 원년 멤버로 팀을 사랑하지만 이제 다른 미래를 채비하려는 진(제니퍼 헤일)은 센티넬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인 마스터 몰드의 위험성을 알아챈다. 그리고 엑스맨의 애증의 앙숙, 매그니토(매슈 워터슨)가 등장해 프로페서 엑스의 유언을 전한다.
<엑스맨 ’
[OTT 리뷰] '엑스맨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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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게인-무명가수전> 첫 시즌 우승 후 3년. 이후 가수 이승윤은 두장의 정규 앨범을 냈다. 그리고 그를 소재로 한 독립영화 <듣보인간의 생존신고>도 극장 개봉했다.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는 이승윤이 지난해 2월 서울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진행한 2023 이승윤 전국투어 콘서트 <DOCKING>의 서울 공연 마지막날 실황을 담은 영화다.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는 아직 지난 콘서트의 여운에 젖어 있는 그의 팬 삐뚜루들도, 아직 이승윤의 라이브 무대를 접해본 적 없는 관객들도 보고 나면 퍼포머로서 이승윤이 지닌 매력을 십분 발견할 수 있는 영화다.
첫곡 <웃어주었어>부터 마지막 앙코르곡 <흩어진 꿈을 모아서>까지, 콘서트 세트리스트에 포함된 전곡의 라이브 영상이 빠짐없이 담겨 있고, 이승윤뿐 아니라 그의 가창을 뒷받침하는 밴드 멤버들의 연주도 공들여 포착한다. 콘서트의 열기 그대
[리뷰] '이승윤 콘서트 도킹: 리프트오프', 콘서트의 열기를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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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픽하이 데뷔 20주년을 맞아 제작한 <에픽하이 20 더 무비>는 콘서트 실황 영화로서 무대 위에서의 시간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타블로, 투컷, 미쓰라 세 멤버가 힙합을 시작하게 된 이야기를 음성으로 들려주는 오프닝 시퀀스에서는 자연스레 이들의 추억을 함께 따라갈 마음의 채비를 마치게 된다. 2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에픽하이는 그간의 시간을 되짚으며 각자의 깊은 속내를 고백하거나 일상을 드러내는 방식을 취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은 오히려 콘서트를 그대로 보여주길 택했다. 오랫동안 대중 곁을 지켜온 선곡표를 순차적으로 따라가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손쉽게 타임머신을 타고 시간을 이동하기 때문이다. 에픽하이는 이런 식으로 지난 시간을 기념한다. 20주년의 크고 작은 사건을 하나씩 나열하기보다 노래의 형태로 간직된 시간을 관객들과 공평하게 나눠 갖는다. 특히 콘서트 현장에서 조망하기 어려운 다양한 각도의 뷰를 볼 수 있는 것도 콘서트 실황 영화의 묘미. 무대가 얼마만큼 섬세하
[리뷰] ‘에픽하이 20 더 무비’, 데뷔 20주년, 에픽하이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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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폭력배인 삼거리파의 두목 인성(김정태)에게 3명의 적이 생긴다. 첫 번째 적은 형사 도필(지승현)이다. 도필이 키우던 반려 햄스터가 인성과 부하들의 교통사고로 세상을 뜨자 복수를 결심한 것이다. 그리고 삼거리파의 습격으로 보스를 잃은 왕갈비파의 경철(오대환)과 태용(이용규)도 복수를 원한다. 삼거리파를 피하려던 경철은 교회에, 태용은 절에 은거하게 된다. 우연히 경철은 인기 목사가 되어 신도들을 거느리게 되고, 태용도 스님 생활에 익숙해진다. 한편 형사 도필은 신내림의 징조를 받으며 무당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렇게 목사, 스님, 박수무당으로 전직한 셋은 ‘목스박’이란 이름을 내세운다. 그리고 힘을 합쳐 삼거리파에 맞선다.
2000년대 중반 무렵 유행하던 조폭 코미디를 떠올리게 하는 영화다. 코미디의 방식도 옛것에 가깝다. 단순한 슬랩스틱, 콩트, 말장난 등의 일차원적 개그가 영화 전반을 지배한다. 관객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코미디를 구가하는 방식이 이전 시대의 답습이
[리뷰] ‘목스박’, 옛날 옛적 조폭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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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대지진이 일어난 지 일년 후인 1924년. 일본 제국의 육군과 해군은 군비 경쟁에 한창이다. 군수물자를 밀수출해 이들의 비자금 조성을 돕던 사업가 호소미 킨야(도요카와 에쓰시)가 돈과 함께 사라지자 그의 가족은 제국군에 몰살된다. 살육의 현장에서 살아나와 도쿄를 떠나는 기차에 몸을 실은 어린 아들 신타(하무라 진세이)는 곧장 군대에 발각된다. 그때 미지의 총잡이 여인 오조네 유리(아야세 하루카)가 나타나 그를 구한다. 시대의 표적이 된 전직 첩보원과 자산가의 아들이 생존을 향한 투쟁을 시작한다. <리볼버 릴리>는 게이샤, 여성 사무라이, 여고생 등 남성향 피규어를 내세운 1970년대 일본의 킬러 첩보 액션을 계승한다. 할리우드에선 쿠엔틴 타란티노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이미지가 동시대 일본 최고의 배우 아야세 하루카에게 도착했다. 선배 영화들과 비교하면 여성 캐릭터가 거의 성애화되지 않는다는 점이 담백하며, 제국주의 군대를 직접 악으로 규정하는 용기가 있다. 그러나 13
[리뷰] ‘리볼버 릴리’, 원초적인 쾌감도 없는 역수입 타란티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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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이버 마약팀의 에디 방(펑위옌)은 홍콩에 거점을 둔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마약 밀수 조직의 보스로 추정되는 조지 램(유덕화)을 체포하려고 한다. 그는 오래전 조지 램 조직에 심어둔 스파이 호사우(임가동)의 첩보를 통해 호시탐탐 조지 램을 체포할 기회를 노린다. 조지 램은 임신한 애인 비비안(류아슬)에게 청혼한 다음에 가정을 꾸리기 위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하려다 에디 팡에게 꼬리가 잡힌다. 조지 램의 오른팔이자 친구인 호사우는 체포 작전이 임박할수록 우정을 지키느냐 가정의 미래를 지키느냐를 두고 고뇌한다. <잠행>은 홍콩 누아르영화의 전설적인 배우 유덕화가 제작에 참여하고, 16년 만에 악역으로 연기한 것으로 알려진 작품이다. 2년 연속 홍콩금상장영화제 촬영상을 탄 감독 관지요가 메가폰을 잡았다. 시작부터 화려한 총격전을 벌이는 <잠행>은 전성기 때의 홍콩 누아르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코드가 가득한 영화다. 다만 <CSI>류의 미국 드라마를 보는
[리뷰] ‘잠행’, 이제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는 중년들, 그리고 홍콩 누아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