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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다양한 독립영화가 전주로 모여든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섹션을 마련해 인천, 대구, 강원, 광주, 부산, 대구와 경북, 제주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독립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기본 목적을 충실한 섹션이자 전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의 네트워크 장을 완성한 셈이다. 열악한 여건에 처한 독립영화계를 향해 전주영화제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각 지역에서 모여들었을까.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칠 총 14편의 영화 중 5편을 소개한다.
01. <기억의 집>
이현옥/한국/2023년/71분/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기억의 집>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사진을 발견한 주인공은 다소 충동적으로 사진 속 집을 찾아가 본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하
JEONJU IFF #4호 [기획] 지역영화 쇼케이스 “전국의 독립영화를 잇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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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에(반자이 미츠에)의 발이 닿는 곳엔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영화를 찍으려는 꿈을 안고 떠난 싱가포르에서도, 전 애인을 향한 미련과 새로운 동료와의 만남이 가득한 도쿄에서도, 평안과 침묵이 가득한 고향 홋카이도에서도 그녀는 쉬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현대인의 고독은 더 이상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의 정처 없음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의 감각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와 일본을 오가며 기회를 찾아 헤맸다던 숀 네오 감독은 자신이 느꼈던 위태로움을 작품에 녹여냈다.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즉흥의 시대를 떠올리며 우연에 영화를 맡긴 숀 네오 감독을 만나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이 그린 불안정한 삶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 보았다.
-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을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한 적 있다.
=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은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만들게 됐다. 당시 싱가포르 영화 산업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고 내게
JEONJU IFF #4호 [인터뷰]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숀 네오 감독, ‘우연에 영화를 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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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인 지연(김시은)과 도진(이도진) 부부는 병원에서 또다시 유산 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몸 상태가 먼저인 도진은 이쯤에서 시험관 시술을 멈추고 싶지만 지연은 아니다. 지연이 더 가열하게 임신에 매달릴수록 도진의 의지는 사그라든다. <통잠>은 오랜 시험관 수술 끝에 완전히 소진돼버린 부부의 생활을 사실감 있게 포착한다. 지독할 정도로 인물에게 거리를 둠으로써 원하는 삶을 위해 전부를 건 여성을 온전히 비추는 데 성공한다. <통잠>을 공동연출한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비바람 속에 야외 행사를 치르고 왔음에도 첫 장편 연출작이 한국경쟁에 올랐다는 감사함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이 들려준 비화에 따르면 <통잠>에는 영화인의 숙명적인 과제인 “나는 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독립 장편 <한 채>(2023)의 조연출과 배우로 참여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 영화에서
JEONJU IFF #4호 [인터뷰] '통잠' 김솔해, 이도진 감독, “삶에서 포기가 안 되는 무언가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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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면>
장병기/한국/2024년/115분/코리안시네마
초등학생 기준이 도시 생활을 접고 지방 소도시로 오게 된 것은 먼 미래의 농어촌특별전형을 받기 위해서다. 명문 대학이 훌륭한 인생, 멋진 직업, 자랑스러운 커리어를 보장해줄 거란 엄마의 욕망 때문에 선택권 없는 어린이는 말없이 이사에 동참한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순진무구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막 신도시 개발 계획을 실행 중인 마을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이해득실 문제를 맞닥뜨린다. 대학 진학, 부동산을 향한 욕망과 보상금 문제, 집단에 녹아들기 위한 진심 은폐 등 어른들이 지어가는 마을은 편법과 술수, 거짓과 욕심에 뼈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는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까. 어느 날 운동화를 잃어버린 기준은 같은 반 결손가정 친구에게 자연스레 의심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가 구축한 교실 내 권
JEONJU IFF #4호 [프리뷰] 장병기 감독, '여름이 지나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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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과 마라> Matt and Mara
카직 라드완스키/캐나다/2024년/82분/폐막작
결혼해 아이가 있는 젊은 문학 교수 마라(데라 캠벨)는 강의실 진입 직전, 자기를 부르는 소리에 뒤를 돌아본다. 목소리의 주인은 한때 친밀했던 남자이자 꽤 성공한 작가 맷(맷 존슨)이다. 뜻밖의 재회는 두 사람을 캠퍼스 밖 카페로 이끌고, 깊고 묘한 대화는 이들을 이대로 끝낼 수 없는 사이로 만든다. 어느 날 마라의 남편이 그녀를 교외 회의로 데려가려는 계획을 취소하자 맷과 마라는 여행을 떠나버린다.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처럼 우정과 사랑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결혼 이야기>처럼 지독한 언쟁을 벌이는 <맷과 마라>는 캐나다에서 온 로맨스영화다. 창작에 미련이 남은 사람과 창작으로 먹고사는 사람이 나누는 열패감과 자만심이 뒤섞인 이야기, 안정적이나 미지근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는 여자와 유혹적인 남자 사이의 아슬아슬한 대화는 언젠가 어느 한쪽이
JEONJU IFF #4호 [프리뷰] 카직 라드완스키 감독, '맷과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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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색의 린>
이원우/한국/2024년/80분/코리안시네마
인류의 역사는 말과 함께 시작했다. 이 말(言)은 시간을 관통하는 구술사면서, 동시에 공간을 횡단하는 말(馬)이다. 이원우 감독은 2010년 청계천에서 관광 마차를 모는 말 ‘깜상’을 발견한다. 차안대를 쓰고 굴레를 맨 깜상은 분주한 도시에 머물기 위해서 3일을 내내 굶어야 했다. 말없이 노동해야만 하는 말. ‘말의 역설’은 이 영화가 품은 수많은 질문의 시발점이다. 탈 것으로의 말은 이동권을, 운송수단인 말은 노동을, 사유재산인 말은 자본을, 무기로서의 말은 폭력의 역사를, 유기체인 말은 자연을 이야기한다. 영화는 두꺼운 네 다리로 세계 곳곳을 누볐던 말들에 관한 기록들을 인용하여 출산과 도축을 반복하는 공장형 사육, 인종차별과 여성혐오로 얼룩진 역사, 장애인의 이동권 투쟁이라는 작금의 현실에 도착한다. 영화의 제목인 <오색의 린>은 동양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기린을 의미한다. 용의 머리와 사슴의
JEONJU IFF #4호 [프리뷰] 이원우 감독, '오색의 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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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살구>
장만민/한국/2023년/122분/한국경쟁
회사 생활과 뱀파이어 웹툰 작업을 병행하는 정서(나애진)는 아파트 청약에 당첨된다. 계약금 납부까지 3일. 정서는 어머니에게 손을 벌려 보지만, 어머니는 되려 아버지 김영주(안석환)가 떼먹은 돈을 받아오라는 임무를 맡긴다. 하는 수 없이 정서는 바람을 피고 새 가정을 꾸린 영주가 있는 묵호항의 벌교횟집으로 차용증이 붙은 색소폰을 들고 향한다. 오랜만에 고향을 마주한 반가움도 잠시, 어머니의 돈을 갚을 의사가 없어 보이는 영주는 그녀를 지치게 만든다. 하루빨리 돈만 받고 불편하고 낯선 묵호항을 뜨려 하지만, 시종일관 살갑게 다가오는 이복동생 정해(김진영)를 보며 정서는 과거의 자신을 떠올린다.
은행(銀杏)의 한자는 은빛 살구를 의미한다. 고소한 과육을 둘러싼 속껍질이 반짝이기에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은행은 열매를 탐하는 포식자들로부터 자신을 지키려 외종피에 악취와 독성을 품는다. 악취는 쉽게 퍼진다. 이는 욕망
JEONJU IFF #4호 [프리뷰] 장만민 감독, '은빛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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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4일 CGV 전주고사 1관에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4K 리마스터링> 류승완 감독의 전주대담이 진행되었다. 전주국제영화제의 25주년과 한국영상자료원의 설립 50주년을 기념하는 ‘다시 보다: 25+50’ 특별전의 일환이다. 네 편의 단편영화로 구성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2000년 제1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공개되었던 류승완 감독의 데뷔작으로, 전주의 초창기를 빛낸 네 편의 대표작 중 하나로 선정되었다. 그의 초기작 특유의 거칠고 매력적인 필체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다는 소식에 예매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했다. 이날 진행을 맡은 김영진 영화평론가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의 디지털 리마스터 버전이 공개되었던 제17회 전주국제영화제 당시 프로그래머를 역임했다. 류승완 감독과도 막역한 사이인 그는 영화에 대한 심도 있는 감상과 감독과의 에피소드를 적절히 배합해 대화를 노련하게 이끌어갔다.
상영관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상영이 끝난 후
JEONJU IFF #3호 [스코프] 다시 보다: 25+50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4K 리마스터링’ 류승완 감독, 영화를 통해 만나는 다음 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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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4일 저녁 7시 CGV 전주고사점 앞에서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 ‘영화의 거리에서 행자되기’가 열렸다. 본 행사는 세계 최초로 차이밍량 감독의 ‘행자 연작’ 10편 전편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기념해 열렸다. 극 중 세계 여러 도시를 맨발로 천천히 걷던 붉은 승복 차림의 행자(이강생)처럼 참가자들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느리게 걸으면 차이밍량 감독과 이강생 배우가 그중 가장 아름다운 퍼포먼스를 선보인 사람을 우승자로 뽑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는 사전 신청을 통해 받았으며 최종 22명으로 추려졌다. 콘테스트 직전 사전모임을 통해 한차례 몸을 풀고 온 참가자들이 현장에 도착하자 차이밍량 감독은 “연작 전편을 한 번에 선보이는 것도 이런 이벤트도 처음이라 신난다. 경쟁이라고 생각지 마시고, 어떻게 해야 행자처럼 보일까 고민도 하지 마시고 임해 주셨으면 좋겠다. 천천히 걸으면 모두가 행자다”라는 인사말로 용기를 내준 이들에게 따뜻한 격려를 보냈다. 그리고 이어서 44개의 발이 동시에 움직
JEONJU IFF #3호 [스코프] 행자 퍼포먼스 콘테스트 '영화의 거리에서 행자되기‘ “우리 모두 자기만의 방법으로 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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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천을 두른 맨발의 승려가 아주 천천히 프레임을 가로지른다. 카메라는 아무런 미동 없이 수행하는 육체를 담아낸다. 차이밍량 감독이 오로지 느린 걸음만으로 이뤄진 영화, 행자 연작을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영겁의 시간을 체화한 그의 페르소나 이강생 덕분이었다. 단호하고 확신에 찬 걸음으로 인터뷰장에 들어온 차이밍량 감독 뒤로 느긋하게 이강생 배우가 들어왔다. 30년을 함께 해온 두 사람은 서로의 속도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 전주국제영화제를 통해 처음으로 행자 연작의 모든 작품을 상영하게 됐다.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차이밍량 꿈이 실현된 기분이다. 행자 프로젝트를 작업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열 편을 완성하면 꼭 모든 작품을 한 곳에서 상영하기를 원했다. 행자는 느린 걸음으로 이어진 단순한 작품이다. 똑같은 내용처럼 보이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집중한다면 저마다 다른 깨달음을 얻는 수행의 시간이 될 것이다.
이강생 지금까지 행자 연작은 주로 미술관에서 상영됐다. 물론 새
JEONJU IFF #3호 [인터뷰] 차이밍량 감독 X 이강생 배우 대담 “천천히 흘러가는 느린 걸음의 의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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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막. 그림 배우러 다니는 남자(하성국)는 여름 한낮의 종로 한복판에서 아는 여자(이명하)와 우연히 만나 잠시 길을 걷는다. 2막. 몇 년 뒤 여자는 폐관을 앞둔 서울극장을 찾고 극장 관계자인 남자(박봉준)와 함께 그림 배우던 남자와 거닐었던 그 길을 다시 걷는다. 3막. 어느새 화가가 된 남자(하성국)는 지인의 장례식에서 아는 여자와 재회하고 둘은 서울의 밤거리를 배회하다 익히 아는 카페를 찾는다. 두 남녀가 몇 년에 걸쳐 같은 공간을 거닐다 헤어지는 조각들을 담은 <미망>은 심심하게 반복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안엔 많은 차이들이 숨겨져 있다. 날씨, 건물, 의상, 대화 등의 미세한 차이는 일상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닌 매일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는 생동의 시간임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차이들은 개개인의 기억에 침투해 “나의 연인과 친구, 내 삶을 떠올리게 하는(김태양 감독)” 촉매제가 된다. 첫 장편 데뷔작 <미망>이 한국경쟁에 올
JEONJU IFF #3호 [인터뷰] '미망' 김태양 감독, “우리는 매일 같은 것 같아도 조금씩 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