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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예비 신랑 카와무라(나카지마 유토)의 인생에는 구멍이 없다. 대신 구멍에 빠진다. 결혼식 전날, 성대한 축하 파티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맨홀로 추락한 것이다. 그러나 좌절은 잠시뿐, 기지 넘치는 20대 청년은 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계정을 만들어 살 길을 모색한다. <#맨홀>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생존법으로 독자적인 길을 가는 탈출영화다. 장르적 긴장이 내내 이어지는 이 영화의 진짜 공포는 탈출 불가가 아닌 사이버공간에서는 타인이 쉽게 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에서 온다. 소셜미디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현상에 관심을 둔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은 <#맨홀>이 뻔한 좌충우돌 탈출기였다면 연출하지 않았을 거라고 말한다.
-<#맨홀> 프로젝트를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 영화 담당 프로듀서에게 제안받은 게 시작이었다. 오카다 미치타카라는 각본가가 지금 재밌는 시나리오를 쓰고 있는데, 이 이야기의 연출을 맡아보는 게 어
BIFAN #4호 [인터뷰] ‘#맨홀’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 , 소셜 미디어의 명암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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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보이> 오대수의 아역 배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오태경(오태경)은 성인이 된 이후 카메라 앞에 설 일이 좀처럼 없다. 아쉬움과 좌절이 밀려들기 전, 그는 스스로 시청자를 찾아 나선다. 바로 ‘BJ리오(리틀 오대수)’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의 호기심을 대신 해결해주는, 다소 가벼운 챌린지를 이어가던 중 어느 날 광화문에 선 말 없는 피켓남을 찾아가달라는 요청을 받게 된다. ‘좋아요, 댓글, 구독알람’이라는 뜻의 <좋.댓.구>는 유튜브 시청자의 시선으로 이야기를 빠르게 전개한다. 구독자를 늘리기 위한 무명 유튜버의 몸부림은 일명 ‘관종 비즈니스’로 이어지고 곧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온라인 현상을 현실적으로 드러낸다. 이 여정을 거침없이 달려 온 박상민 감독과 배우 오태경을 만났다.
- <좋.댓.구>는 배우 오태경의 자전적 이야기로 시작한다. 시나리오 작업을 할 때부터 오태경 배우를 염두에 두었나.
박상민 기획 단계
BIFAN #4호 [인터뷰] ‘좋.댓.구’ 박상민 감독, 배우 오태경, 유튜브라는 하나의 사회현상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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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소녀> The Artifice girl
프랭클린 리치/미국/2022년/93분/부천 초이스: 장편
“헤이 시리, 옳은 것과 틀린 것은 어떻게 구분하지?” AI에게 많은 질문을 건네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 디나(신다 니컬스)는 온라인 아동 포르노의 가해자를 추적하기 위한 AI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어린 소녀의 영상 이미지를 활용한 AI 체리(테이텀 매튜스)는 초기 목적과 달리 독립적으로 사고하는 능동적 단계로 발전하게 된다. 어느덧 10년의 시간이 흐르지만 인간보다 오래 생존하고 늙지 않는, 하지만 계속해서 시스템 발전을 거듭하는 체리를 두고 영화는 AI 활용에 대한 윤리의식이나 도덕적·규범적 책임을 다각도로 비추며 묻는다. A.I. 개발자는 이제 체리를 자신의 자식처럼 여긴다. 직접 만날 수도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존재와의 관계가 일상 곳곳에 스며들수록 갈등과 불안은 모순적으로 더 커진다. 이처럼 <A.I. 소녀>는 다양한
BIFAN #4호 [프리뷰] 프랭클린 리치 감독, 'A.I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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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받아줘> With Love and a Major Organ
킴 올브라이트/캐나다/2023년/92분/메리 고 라운드
생각할 필요도 없이 앱이 정해준 대로 살면 되는 근미래의 직장인 애나벨(안나 맥과이어)은 튄다. 느끼는 대로 행동하고 직접 인연을 맺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소원은 공원에서 무감각한 남자 조지(함자 하크)를 만나면서 이뤄진다. 여자는 첫 만남에 사랑에 빠지지만 애석하게도 남자는 여자와 같은 마음이 아니다. 자신에게 이별을 고하는 조지에게 애나벨은 자기 심장을 보낸다. 몸 안에서 펄떡펄떡 뛰는 진짜 심장을 말이다.
로맨틱 코미디 <내 심장을 받아줘>는 말 그대로 다채로운 영화다. 의상부터 공간까지 극에 쓰이는 모든 색을 창의적이고 치밀하게 조합해 독특한 분위기를 낸다. 심장을 꺼낼 때마다 뿜어져 나오는 오묘한 보라색이 대표적이다. 배우 애나 맥과이어의 유쾌하고 쓸쓸한 매력이 살아있는 연기는 이 영화의 강점으로 작용한다. 친구,
BIFAN #4호 [프리뷰] 킴 올브라이트 감독, '내 심장을 받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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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정해준 대로 살면 되는 근미래의 직장인 애나벨은 튄다. 느끼는 대로 행동하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무감각한 남자 조지에게 사랑을 느끼고서는 자기 심장을 준다. 몸 안에서 펄떡펄떡 뛰는 진짜 심장을 말이다. 뮤직비디오와 광고 작업을 해온 킴 올브라이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내 심장을 받아줘>는 반드시 서로여야만 하는 러브 스토리이자, 시니컬한 유머가 작품 도처에 널린 코미디 영화이고, 아들을 지키려는 어머니의 가족 드라마다. 화상 인터뷰 시작부터 환한 표정으로 심장을 두근거리게 한 킴 올브라이트 감독에게 첫 장편에 관한 대화를 청했다.
- 극작가 줄리아 레더러가 쓴 동명의 희곡을 장편 데뷔작으로 선택했다. 원작의 어떤 점에 매력을 느꼈나.
= 첫째로 이상하고 초현실적인 대안 세계란 배경이 마음에 들었다. 연극을 위해 만들어진 세계지만 그대로 영화에 가져와도 좋을 만한 세팅이었다. 둘째로 심장을 다루는 방식이 재밌었다. 신체 기관 중 일부가 아닌 하나의
BIFAN #3호 [인터뷰] ‘내 심장을 받아줘’ 킴 올브라이트 감독, “심장을 준다는 건 내 전부를 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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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리나는 온라인 채팅에서 만난 16살 소년 레오로부터 자신의 신체를 노출한 영상을 퍼뜨리겠다는 협박을 받는다. 놀랍게도 소년의 정체는 중년에 접어든 평범한 가장. 온라인 그루밍 범죄를 일삼는 그는 공원 한복판에서 캐롤리나를 벼랑 끝으로 몰아세우지만, 오히려 캐롤리나는 자신의 비밀을 드러내며 레오의 숨통을 조여온다. <누구도 그녀를 알지 못하다>는 러닝타임 내내 예측할 수 없는 전개와 진실을 쏟아내며 긴장과 불안을 고조시킨다. 일상적 공간이 지닌 공포의 심연과 디지털 성범죄, 인간의 이중성 등 다양한 키워드를 연결한 파블로 마케다 감독을 만났다.
- 파코 베제라의 연극 <그루밍>을 영화로 각색했다. 원작의 어떤 점에 영화화를 생각하게 됐나.
= 극장에서 관객이 놀라는 모습이 무척 인상 깊었다.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전개되는 이야기에 사람들이 큰 반응을 보였다. 여기저기서 탄성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다 문득 나도 영화관에서 이런 반응을 이끌어내고 싶다
BIFAN #3호 [인터뷰] ‘누구도 그녀를 알지 못하다’ 파블로 마케다 감독, “한국영화의 시적 장치들을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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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큰 생일상을 받은 느낌이다". 6월30일에 열린 '최민식을 보았다' 메가토크의 시작에서 배우 최민식이 밝힌 소감이다. 본 행사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가 마련한 '최민식을 보았다' 특별전과 연계된 프로그램이다. 특별전은 30년이 넘는 배우 최민식의 연기 역사를 그러모았다. 장편 상영작은 장편영화 데뷔작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부터 <쉬리>, <해피엔드>,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 나쁜놈들 전성시대> 등 10편이다. 더하여 최민식이 학생 시절 작업한 단편 <수증기>, <겨울의 길목>이 최초 공개된다. 메가토크에서 최민식은 각 작품의 촬영 당시를 마치 몇 달 전의 일처럼 생생히 복기했다. 그리곤 긴 세월 동안 지켜온 배우의 필수 덕목까지 진중히 읊어냈다.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라는 그의 바람이 청중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는 시간이었다.
특별전의 상영작
BIFAN #3호 [스코프] 메가토크 '최민식을 보았다'의 최민식, “배우에겐 엄격한 자기 통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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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Life of Mariko in Kabukicho
우치다 에이지, 가타야마 신조/일본/2022년/117분/매드 맥스
‘동양의 마굴’이라 불리는 가부키초 골목 안, 바와 탐정 사무소를 겸하는 ‘칼 몰’의 주인장 마리코가 주인공이다. 마리코를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가 마치 <심야식당>의 플롯 구성처럼 흩어지는데 그들의 정체는 혼란스러울 정도로 각양각색이다. 부녀관계의 트라우마를 겪는 마리코, 닌자 가문의 후계자, 암살자로 훈련받은 자매, AV 배우인 딸과 그녀를 찾는 아버지, 미국으로 운송되던 중 탈출한 외계인의 이야기 등으로 난장이 펼쳐진다. 이러한 옴니버스식 구성 속에서 인물들의 인생사를 관통하는 세상살이의 애수, 인간관계의 아픔이 마리코를 중심으로 하여 안정적인 하나의 궤를 이룬다.
<벼랑 끝의 남매> <실종> <간니발> 의 가타야마 신조 감독, <살색의 감독 무라니시> <미
BIFAN #3호 [프리뷰] 우치다 에이지, 가타야마 신조 감독, '가부키초의 탐정 마리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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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친>
김수인/한국/2022년/104분/코리안 판타스틱: 장편
등교한 줄 알았던 여고생 유리(강안나)가 동반 자살했다. 사건을 맡은 오형사(오태경)와 팀원들은 다른 자살자들과의 연관성이 없는 유리를 중심으로 수사를 진행한다. 엄마 혜영(장서희)은 평소 마음에 들지 않던 유리 단짝 예나(최소윤)가 착한 딸을 나쁜 길로 이끌었고, 유리를 특히 신경 썼다는 담임 기범(윤준원)에게는 석연치 않은 무언가가 있다고 믿는다. 반면 유리가 엄마 때문에 힘들어했다는 걸 아는 예나와 기범은 혜영에게 어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독한 부모를 뜻하는 제목과 달리 <독친>은 나쁜 엄마를 표적 삼지 않고 사건과 관계된 인물 모두를 고루 오가며 유리 한 사람의 윤곽을 진중히 그려 나간다. 그 과정에서 가족을 필요로 하는 예나와 가족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기범의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곁들여 전체 서사를 탄탄히 구축한다. 자극적인 사건 앞에서 인물들이 과열되지 않도록 절제하고 중
BIFAN #3호 [프리뷰] 김수인 감독, '독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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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홀> #Manhole
구마키리 가즈요시/일본/2023년/100분/아드레날린 라이드
남부럽지 않은 직장에 다니며 사장 딸과 결혼을 앞둔 카와무라(나카지마 유토)의 인생에는 구멍이 없다. 대신 구멍에 빠진다. 결혼식 전날, 성대한 축하 파티를 하고 취한 채 걸어가다가 맨홀로 추락한 것이다. 눈 떠보니 다리는 아프고 사다리는 망가졌고 GPS는 먹통에 경찰은 답답하기만 하다. 가까스로 전 애인 마이(나오)와 연락이 닿으며 희망을 품지만 알 수 없는 거품까지 흘러들어오자 목숨을 부지할 방법을 서둘러 찾기 시작한다.
라이터와 넥타이 같은 소지품을 활용한 고전적인 생존법으로 몸을 푼 탈출영화 <맨홀>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자구책으로 독자적인 길을 간다. SNS에 도움을 요청하는 계정을 만든 주인공과 유저들이 빠져나갈 방안을 함께 마련하는 과정이 속도감 있게 펼쳐져 몰입감을 준다. 카와무라가 올린 사진과 동영상만으로 그의 현 위치를 빠르게 좁혀나가는 유저들의
BIFAN #3호 [프리뷰] 구마키리 가즈요시 감독, '#맨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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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보’의 신경계까지 들어갈 수 있을 만큼 인물의 깊은 내면과 공포심을 표현하려 했다.” 6월 29일 부천만화박물관에서 동시대 호러 영화의 기수인 아리 애스터 감독의 마스터클래스가 열렸다.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이하 부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제작 과정을 비롯해 감독의 연출론 전반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감독은 2011년 단편영화 <보>로 본작의 기획을 출발했던 때부터 미국 개봉 당시의 관객 반응에 대한 소회까지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생애 주기를 꼼꼼히 복기했다. 강연의 진행은 감독의 미국영화연구소(AFI) 시절 멘토이자 올해 부천영화제 NAFF 환상영화학교의 학장인 배리 사바스가 맡았다.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출발은 감독의 사소한 상상이었다. “갑자기 우리 집 열쇠가 사라지면 어떡하지. 심지어 여행 가기 직전에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떡하지”라는 발상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됐다. 이
BIFAN #2호 [스코프] 마스터클래스 ‘보 이즈 어프레이드’ 아리 애스터 감독, “관객의 신경계까지 파고드는 공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