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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 이전. 절대 군주정 체제의 프랑스 천민 계급과 자녀들의 삶은 짐작하여 가늠하기 쉬웠다. 죽을 때까지 일하거나 남자와 몸을 섞으면서 살거나. 가난한 재봉사의 사생아였던 잔 보베니에(마이웬)는 둘 중 더 좋아하는 것을 스스로 택했기에 매춘부가 된다. 문학과 시, 예술과 쾌락을 거침없이 탐하며 일류 접대부로 성장한 잔의 매력은 후견인 뒤 바리 백작(멜빌 푸포)을 넘어 국왕 루이 15세(조니 뎁)에게 가닿는다. 미와 지성을 갖춘 관능적인 여자는 천하에 가장 권력 있고 부유한 연인을 얻으리라는 오래된 믿음은 그렇게 실현된다. 왕이 사랑한 단 한명의 공식 정부(情婦), 잔 뒤 바리는 프랑스 왕국 역사의 마지막 로열 미스트리스가 되어 베르사유에 입성한다.
익히 봐온 궁정 로맨스를 위시한 심미적 체험으로 가득한 영화 <잔 뒤 바리>는 두 주연배우의 공사를 함께 엮어 읽을 때 더욱 흥미로워지는 텍스트다. 이번 작품에서 연출, 집필, 연기를 모두 해낸 마이웬은 15살 때부터 17살
[리뷰] ‘잔 뒤 바리’, 베르사유에 그대로 이식된 마이웬의 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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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비극이 빚어낸 폭력과 학살은 1948년 제주도의 김연심과 1994년 르완다의 마리 크리스틴의 가족을 앗아갔다. 오랜 세월이 지나 생존자 김연심과 마리 크리스틴의 딸 양경인과 바치스가 제주에서 만난다. 연령, 국적, 언어 모든 것이 다르지만 두 사람은 생존자의 딸이라는 공통점 아래 공감대를 형성하고 마음을 나눈다. 바치스는 양경인의 용기에 감명받고, 양경인은 르완다를 통해 한국 사회를 되돌아본다.
장편영화 <종이꽃> 등을 연출한 바 있는 고훈 감독의 다큐멘터리 <그날의 딸들>은 40여년이라는 세월을 사이에 둔 두 비극, 제주 4·3과 르완다 대학살을 생존자의 딸들의 시선을 통해 그려낸다. “제주 4·3의 특징은 다 쉬쉬했다는 거야, 40년 동안.”(양경인) “주변 친구들을 보면 어머니가 있으면 아버지가 없고, 아버지가 있으면 어머니가 없었어요.” (바치스) 역사적 비극으로 희생된 자들의 후손이자, 그흔적이 남아 있는 국가와 도시의 일원인 두 사람은
[리뷰] ‘그날의 딸들’, 침묵하지 않는 자들의 발자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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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4월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전라남도 진도군 인근 해상에서 침몰한다. 이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던 안산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총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단원고 학생을 자녀로 두었다는 공통점을 제외하곤 제각기 평범한 삶을 살아가던 부모들의 일상은 그날 이후 송두리째 뒤바뀐다. 집에서 광화문광장으로, 회사에서 국회의사당 앞으로 그들의 거처가 바뀌고, 그들을 둘러싼 세상의 말들 또한 시시각각 변한다. 분노, 슬픔, 두려움, 답답함, 죄책감, 배신감, 억울함, 소외감 등 여러 복잡한 감정들이 그들의 세상을 지배한다. 그렇게 10년, 강산도 변한다는 시간이지만, 부모들에겐 바람과도 같이 빠르고 혹독하게 지나간 세월이었다.
세월호 참사로 단원고 2학년생이던 문지성양을 잃은 아버지이기도 한 문종택 감독이 2014년 여름부터 담아온 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의 활동 기록 영상을 포함한 5천여개의 영상을 바탕으로 하는 아카이브 다큐멘터리 <바람의 세월>을 김환태
[리뷰] ‘바람의 세월’, 그리움과 외로움이 묻어나는 지난 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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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장 하나를 사이에 둔 이웃 셀린(앤 해서웨이)과 앨리스(제시카 채스테인)는 동갑내기 아들을 키우며 부쩍 가깝게 지낸다. 좋은 엄마가 되는 게 중요 목표인 셀린은 일하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앨리스에게 재기를 독려하며 양육을 맡아주겠다는 너그러움을 표하기도 한다. 비슷한 듯 다른 둘은 함께 평온한 일상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셀린의 아들 맥스가 새 둥지를 고치기 위해 2층 난간에 올라서던 중 발을 헛디뎌 떨어진다. 위험한 상황을 목격한 앨리스는 어떻게든 맥스를 구하려 했지만 사고는 순식간에 벌어진다. 아들을 잃은 셀린은 충격을 받고 앨리스 가족으로부터 멀어진다. 그로부터 한달 후 마음의 상처가 아문 듯한 셀린은 다시 이웃들의 곁으로 돌아와 지역 행사와 기념일을 함께 나눈다. 하지만 그날부터 앨리스 가족에게 이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하고 앨리스는 이것이 셀린의 복수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자식을 잃은 뒤 무너져버린 한 가족의 이야기와 그로부터 죄의식을 느끼는 이웃 가족의 관계 변화를
[리뷰] ‘마더스’, 집착과 분열, 망상과 광기가 자아낸 담장 너머의 스릴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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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그림
집에 그림을 그리는 화방이 따로 있다. 아크릴, 크레파스 등 다양한 재료를 사용해 그림을 그리는 게 재밌다. 아웃풋을 계속 내기 위해선 그만큼 인풋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전시도 최대한 많이 보러 다니려고 노력한다.
청소
일정이 없을 땐 대청소를 한다. 가만히 있는 걸 잘 못하는 편이다. (웃음) 빨래하고 건조기 돌리고, 창틀과 거울을 돌아가면서 닦고, 화장실 청소까지 마친 뒤 먼지 한톨 없는 집을 바라볼 때, 정말 만족스럽다.
운동
일주일에 운동을 6~7번 한다. 하루에 두번 할 때도 있는데 예를 들면 아침에 PT를 한 차례 받았는데 몸이 덜 풀렸다 싶으면 저녁 때 복싱을 하러 간다. 운동하고 샤워하고 침대에 눕는 그 순간의 행복이란.
영화 <파묘>
작품 자체가 재밌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좋아하
[LIST] 류다인이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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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
Apple TV+ | 10부작 / 연출 아베 실비아, 스테파니 랭, 테이트 테일러 / 출연 크리스틴 위그, 조시 루카스, 로라 던, 앨리슨 제니, 레슬리 비브 / 공개 3월2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솔직함과 천박함 사이에서
맥신(크리스틴 위그)은 자신의 욕망을 솔직하게 드러낼 줄 아는 여성이다. 그녀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의 상류 클럽 ‘팜 로얄’의 여왕 자리를 꿈꿔왔다. 거짓말을 보태며 자신을 한껏 뽐내보지만 진짜 상류층들 눈에는 어림도 없다. 그러나 의기소침해질 그녀가 아니다. 특유의 넉살로 허영덩어리들과 가까워지는 데 성공한 맥신은 조금씩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간다.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는 줄리엣 맥대니얼의 데뷔 소설을 각색한 작품이다. 겉과 속이 다른 상류층의 속물적인 면이 가감 없이 드러나며 발칙한 웃음을 자아낸다. 화려한 옷과 장신구에 집착하는 인물들과 ‘시즌 여왕’이라는 설정은
[OTT 추천작] ‘팜 로얄: 신분 상승의 사다리’ ‘셜리 치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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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 13부작 / 출연 요코시마 도시히사 / 목소리 출연 다무라 무쓰미, 야마지 가즈히로 / 공개 3월20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매드맥스> + <드래곤볼 Z>/2 + FPS게임, 한마디로 도리야마의 종합선물세트
샌드 랜드는 비도 내리지 않고 물도 말라버린 황무지다. 설상가상으로 국왕이 수원지를 점거해 물을 독점하고 있다. 샌드 랜드 북부를 지키는 보안관 라오는 남부에 샘이 있다는 흔적을 발견하고 트럭 한대를 이끌고 마물에게 도움을 청한다. 마물 왕자 베엘제붑과 그를 모시는 시종 시프는 반신반의하지만 라오의 여정에 함께한다. 셋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강도의 습격으로 타이어가 터지자 국왕의 전차를 강탈해 여정을 이어간다. 샌드 랜드의 대장군 제우가 여론전을 펼치며 셋에게 현상금을 건다. 현상금을 노리는 사막의 도둑 스위머즈로 인해 라오의 정체가 드러난다.
<샌드 랜드: 시리즈>는 지난 3월1일 별세한 일본의 전설적인
[OTT 리뷰] ‘샌드 랜드: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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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유명 팀의 레이(와이엇 러셀)는 다발경화증으로 선수 생활을 쉬는 중이다. 그는 재활에 전념하고자 수영장이 딸린 주택으로 이사한다. 수영장은 가족을 돈독하게 만드는 공간이 된다. 레이 또한 수영장에 들어온 온천수의 힘으로 기적같이 회복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레이의 아내 이브(케리 콘던)와 두 자녀 이지(아멜리 회페를레)와 엘리엣(개빈 워런)은 한밤중 수영장에서 수영하던 중에 악몽 같은 경험을 하기 시작한다.
<나이트 스윔>은 호러 장르의 명가 블룸하우스의 신작이다. 감독의 동명 단편영화를 장편으로 확장했으며 제임스 완이 제작을 담당해 화제가 되었다. 수영장에 있는 물을 귀신으로 그려낸 기발한 발상이 무색할 정도로 영화의 만듦새는 아쉽다. 유려한 수중촬영과 안정적인 호흡 등은 분명히 인상적이나 인류세 등 다양한 문제의식을 그려낼 수 있던 소재의 힘을 살려내지 못하는 진부한 각본이 문제다. 독창적인 시퀀스가 더러 있으나 낡은 점프스케어와 클리셰가 가득해
[리뷰] ‘나이트 스윔’, 독창적인 발상이 서서히 익사하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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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딸을 앞세운 유경근씨는 삶을 이어갈 방법을 알고 싶다. 그는 조언을 구하기 위해 팟캐스트를 진행하며 또 다른 참사 피해자 유족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대구 지하철 화재부터 이한열 열사의 죽음까지 한국 현대사는 비극의 연속이었다. 영화가 진행되며 개개의 사건들은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통해 안전 불감증이라는 사회적 어젠다로 한데 포개진다. 이 모든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세월: 라이프 고즈 온>은 자신의 정치성을 숨길 생각이 전혀 없다. 오히려 애도를 고민하지 않는 사회상을 과감히 제시하며 변화를 촉구한다. 비판이 가해지는 대상은 불법 건축물을 허가한 군청과 진상규명과 재수사 요구를 거절하는 정부에 그치지 않는다. 집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추모식과 봉안 시설을 거부하는 주민들의 모습은 피해자를 조롱하는 한국의 기괴한 문화와 맞닿아 있다. 일상이 파괴된 유족들에게 남은 희망은 인간의 존엄성이라는 빛바랜 가치뿐이다. <기념 촬영>과 &l
[리뷰] ‘세월: 라이프 고즈 온’, 애도를 고민하지 않는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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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부활절 축제 준비에 한창인 래빗스쿨의 풍경으로 시작된다. 그곳에서는 매해 부활절을 상징하는 황금알을 수호할 네명의 부활절 기사단을 선정한다. 그 주인공은 루이즈와 앤디, 에미(엘리스 에이커만), 그리고 사고뭉치 맥스(노아 레비)다. 맥스는 선정된 날 라이브방송과 드론을 동원해 부활절을 방해하려는 멋쟁이 토끼단의 대장 레오와 다툼을 벌이고, 레오는 래빗스쿨에서 쫓겨난다. 이에 앙심을 품은 레오는 토끼의 영원한 숙적인 여우 가족과 손잡고 부활절 축제를 망치려 한다.
<래빗스쿨2: 부활절 대소동>은 제67회 베를린국제영화제 제너레이션 부문에 상영된 동명의 독일 애니메이션인 <래빗스쿨>의 속편이다. 캐릭터 디자인, 스토리, O.S.T 등 영화의 요소 대부분이 전형적이며 특히 빌런을 라이브방송 등 인터넷 문화와 연결하려는 설정은 다소 도식적으로 보인다. 슈퍼히어로 장르 공식을 따라가는 만큼 각 캐릭터의 초능력과 정신적 성장을 제대로 그려내야 했으나 “능력보다는
[리뷰] ‘래빗스쿨2: 부활절 대소동’, 동화를 기대하고 왔는데 교회에 온 듯한 당혹스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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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디는 요즘 유행하는 음악 경연 프로그램을 보고 실망을 금치 못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앵거스를 포함해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누구 하나 음악에 진심인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무대는 곁다리일 뿐 코치들의 짓궂고 무례한 농담의 수위에 따라 투표 결과가 달라진다. 어느 날 앵거스가 갑작스레 실종되자 버디는 ‘진짜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기 위해 그의 후임 자리를 도맡는다. 세계 정상급 록스타인 그가 맡게 된 연습생은 애석하게도 팝스타를 꿈꾸는 어린 걸 그룹이다. 철없는 아이들과 겨우 타협점을 찾지만 문제는 음악적 방향만이 아니다. 재치 있는 입담을 뽐내지 못하면 절대 투표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버디는 상대팀에 인신공격을 날리고 환호받는다. 결국 그도 시청률에 목매는 ‘방송국 놈들’이 되고 마는 것일까? <드림쏭3>는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버디와 아이들이 진정한 음악의 힘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시리즈에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하던 주인공이 이번엔 미래의 꿈나
[리뷰] ‘드림쏭3’, 방송국 놈들에게 귀여운 한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