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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쿠미(오미카 히토시)의 무표정한 얼굴은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분위기를 완벽하게 대리한다. 쉬이 그 목적을 알 수 없는 영화의 이야기처럼 주인공 타쿠미는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다. 감정적 동요 없이 멍하게 지속되는 타쿠미의 얼굴은 무언가 괴상하고 웃기기까지 하며 관객을 매혹한다. 보통의 캐릭터와 다른 이 묘한 이질감은 오미카 히토시 배우가 전문 배우가 아니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원래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촬영 현장에 제작진으로 참여해왔던 그는 “감독의 갑작스러운 제안으로 처음으로 대사가 있는 연기”를 맡게 됐고, 영화의 초반부부터 5분에 달하는 롱테이크를 자신의 몸짓만으로 채워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산골 마을에 오랫동안 살아왔다는 캐릭터의 설정을 체득해야 했다. 이에 그는 “실제 숲속 마을에 사는 주민들과 3일 정도 합숙”하면서 “산속을 거닐고 사슴이 나타날 법한 장소를 찾아다니며” 실전 경험을 쌓았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타쿠미의 완벽한
[인터뷰] 이야기보다 앞선 캐릭터의 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배우 오미카 히토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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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바시 에이코는 전천후 뮤지션이다. 그 자신이 수십장의 앨범을 발매한 음악가이자 드러머이고, 호시노 겐이나 마에노 겐타 등의 뮤지션이 음반 작업과 라이브 무대 모두에서 키보디스트나 플루티스트로 적극 기용하는 연주자이기도 하다. 이시바시 에이코는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과 <드라이브 마이 카>로 한 차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하마구치 류스케와 무성영화 형식의 라이브 공연 <GIFT>를 기획 중이던 그는 어느 날 동일 영상을 활용한 영화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각본을 받았다. 그리고 그는 “잘됐다!”를 외치며 영화를 위한 몇곡을 추가로 만들어갔다. 현재 <GIFT>의 월드 투어 중인 이시바시 에이코와 <씨네21>이 화상으로 만나 나눈 단독 인터뷰를 전한다.
-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에게 영화의 배경인 자연환경 답사를 위해 야마나시현이나 나가노현의 거주민들을 직접 소개해주었다고. 해당 지역의 이미지가 스코어를 작업하는 데 영향을
[인터뷰] 관객이 사고하도록 돕는 영화음악,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시바시 에이코 음악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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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마이 카>로 프로덕션의 규모와 만듦새, 기획력에 있어 점차 완연한 경지에 접어들고 있음을 알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이 음악가의 요청에 부응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는 것, 동시에 계획에 없던 소품을 만들어나갔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흥미롭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번 영화를 작업하면서 음악의 성질을 우선시했음을 밝히는 데 주저가 없다. 만약 음악이 가진, 우리 안에 내재된 기능을 즉각적으로 끌어올리는 힘에 동의한다면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한 감독이 지닌 가장 기본적인 자질과 직관을 드러내는 작품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확고한 연기 연출법에 근거해 대화의 작가로 자주 명명되었지만,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하마구치 류스케가 장소와 풍경의 시적인 역량을 몽타주화할 수 있는 연출자임도 알맞은 시점에 귀띔해준다. 동일본대지진 이후의 일본 동북부 지역을 살핀 그의 다큐멘터리(<파도의 소리> <파도의 목소리–게센누마편> &l
[인터뷰] 균형의 조정,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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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행위 도중 트랜스 상태에 빠진 오토의 입 밖으로 자기도 모르는 이야기가 새어 나온다. 가후쿠는 아내인 오토와 몸을 맞대며 최면에 걸린 듯한 그녀의 목소리로 전해지는, 그러나 그녀가 일상으로 돌아오면 전혀 기억하지 못할 이야기를 듣는다. <드라이브 마이 카>의 첫 장면은 하마구치 류스케가 다루는 신체의 성질을 예시한다. 피부가 맞닿는 지점에서 몸은 내 것이 아닌 외부의 자극에 일시적으로 노출된다. 무의식 상태에서 출처 모를 이야기를 구술하는 오토, 폭력적인 성향을 보인 다음 날이면 여덟 살 아이의 인격을 드러내곤 했다는 미사키 엄마의 몸이 증언하듯 하마구치는 한 사람의 신체에 타인의 흔적이 겹쳐지는 이중화된 형상을 주시한다. <천국은 아직 멀어>에선 주인공 유조의 몸에 죽은 여고생 유령이 빙의되고, <우연과 상상>의 3부에서 나츠코는 에스컬레이터에서 처음 만난 인물을 고등학교 동창으로 오해한다. 하마구치의 영화에서 (<아사코>의 두 주인공이
[비평] 감염과 면역의 몽타주 작가로서의 하마구치 류스케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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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후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국내 첫선을 보였던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가 3월27일 일본보다 먼저 한국 극장가에 상륙한다. <아사코> <드라이브 마이 카> <우연과 상상> 등으로 차세대 일본영화의 거장이라 불리는 하마구치 류스케는 <드라이브 마이 카>를 함께 작업한 음악가 이시바시 에이코로부터 라이브 퍼포먼스용 비디오아트 제작을 의뢰받아 나가노현의 깊은 숲속 마을을 탐구했다. 홀로 딸을 키우며 산골 마을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주인공 타쿠미는 중편 연출 경험이 있는 영화 스탭 오미카 히토시가 맡았다. <씨네21> 창간 29주년 기념 특별호 커버 인터뷰로 한국 개봉을 맞이해 단독 인터뷰에 응한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의 세 주역을 만나보길 바란다. 장면만큼 두드러지는 선율과 침묵의 단초를 제공한 이시바시 에이코 음악감독, 대치하는 대화와 도끼질 사이에서 숲을 횡단하는
[커버]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를 만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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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 VS. 콩>에서 혈투를 벌이던 고질라와 콩은 공동의 적 메가 기도라 앞에서 휴전을 선언했다. 두 괴수의 일시적인 연대는 새로운 빌런 ‘스카 킹’의 등장으로 완벽한 팀을 형성한다. 몬스터버스의 두 아이콘의 빅 매치에 집중했던 전작을 넘어 <고질라 ×콩: 뉴 엠파이어>는 콩과 고질라의 환상적인 팀워크를 선보인다. 두 작품을 연이어 감독한 애덤 윈가드, 앤드루스 박사 역의 리베카 홀, 지아 역의 케일리 하틀 그리고 몬스터버스에 새로 합류한 트래퍼 역의 댄 스티븐스를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케일리 하틀과 리베카 홀은 전편에 이어 다시 호흡을 맞춘다.
리베카 홀 <고질라 VS. 콩> 촬영 당시 출산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앤드루스 박사의 다양한 면모를 발견하지 못했었다. 다시 촬영에 임하면서 그녀가 강인한 커리어우먼이면서 동시에 부드럽고 강한 엄마라는 점을 새삼 깨달았다. 케일리와는 촬영 중 특별한 시간을 많이
[인터뷰] ‘고질라와 콩이 벌이는 거대한 전투’, 실망시키지 않는다 - <고질라 × 콩: 뉴 엠파이어> 애덤 윈가드 감독, 배우 리베카 홀, 댄 스티븐스, 케일리 하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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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윤을 만난 모든 이들은 그에게 가사 작법의 비결을 질문한다. 이승윤은 세상에 존재하는 단어를 자기 식대로 엽렵하게 벼린 후 음악에 담는다. 이승윤을 지칭하는 단어들과 이승윤의 노래에 자주 등장하는 심상 6개를 이승윤이 새로 정의해보았다. 역시 범상하지 않은 이승윤의 뜻풀이를 보며 이들이 이승윤의 어느 순간에 도사린 단어인지 맞혀보는 재미가 있을 것이다.
방-구석 房 구 석
사전적 정의 방 또는 방 안을 속되게 이르는 말.
승윤의 정의 “매일 어지르고 한달에 한번 치우는 곳. 생각을 하고 무언가를 만들며 어지른다.”
기타 guitar
사전적 정의 줄을 튕겨서 소리를 내는 발현 악기(撥絃樂器)의 하나.
승윤의 정의 “잘 칠 줄도 모르면서 자꾸 사고 싶은 것. 전세계 기타 연주자를 찾는다면 나는 하위 1%일 것이다.”
하늘
사전적 정의 지평선이나 수평선 위로 보이는 무한대의 넓은 공간.
승윤의 정의 “착시임에도 착각이래도 진짜라 믿고 싶은 것. 대기나 빛 따위가 만들어
이승윤의 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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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이 반년 만에 극장가를 다시 찾는다. 지난 해 9월 그의 노래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권하정, 김아현 감독) 이후, 2023 이승윤 전국 투어 콘서트 <DOCKING>의 실황을 담은 영화 <이승윤 콘서트 도킹 : 리프트오프>로 돌아온 것이다. 영화는 이승윤 콘서트의 총체를 탐사할 수 있는 기회다. 153분의 러닝타임에 공연 당시 연주한 27곡의 무대를 전부 담았다. “<듄: 파트2>보다 13분 짧은 러닝타임” 이라며 농담을 건네니 이승윤이 즐거워했다. <듄>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행성처럼 이승윤의 콘서트엔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승윤이 앨범 녹음부터 라이브 연주까지 줄곧 함께하는 밴드 멤버들과 만들어가는 호흡.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승윤의 가사. 플라스마처럼 공연장 전체에 맹렬히 소용돌이치는 이승윤의 목소리. 음악을 추력 삼아
[인터뷰] 관객과 함께 주저없이 도킹, <이승윤 콘서트 도킹 : 리프트오프>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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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어송라이터 이승윤이 반년 만에 극장가를 다시 찾는다. 지난해 9월 그의 노래 <영웅 수집가>의 뮤직비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듣보인간의 생존신고>(감독 권하정, 김아현) 이후, 2023 이승윤 전국 투어 콘서트 <DOCKING>의 실황을 담은 영화 <이승윤 콘서트 도킹 : 리프트오프>로 돌아온 것이다. 영화는 이승윤 콘서트의 총체를 탐사할 수 있는 기회다. 153분의 러닝타임에 공연 당시 연주한 27곡의 무대를 전부 담았다. “<듄: 파트2>보다 13분 짧은 러닝타임”이라며 농담을 건네니 이승윤이 즐거워했다. <듄>에 등장하는 서로 다른 행성처럼 이승윤의 콘서트엔 즐길 거리가 무궁무진하다. 이승윤이 앨범 녹음부터 라이브 연주까지 줄곧 함께하는 밴드 멤버들과 만들어가는 호흡. 라이브에서 더욱 빛을 발하는 이승윤의 가사. 플라스마처럼 공연장 전체에 맹렬히 소용돌이치는 이승윤의 목소리. 음악을 추력 삼아 말
[커버] 우주에 뿌려진 말과 음표들, <이승윤 콘서트 도킹 : 리프트오프> 이승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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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드 헤인스가 내털리 포트먼, 줄리앤 무어와 함께 신작 <메이 디셈버>를 촬영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평자들은 두 베테랑 여성배우가 러닝타임 내내 연기로 무한한 평행선을 달리는 영화가 나올 것이라 속단했다. 한데 <메이 디셈버>가 공개되자, 모두들 교차할 기미 없는 여성배우들의 연기 접전에 무한원점을 대담히 찍은 신예 찰스 멜턴을 이야기했다. 찰스 멜턴은 영화 속에서 13살에 급우의 어머니인 그레이시(줄리앤 무어)와 관계를 가진 후 그와 아이 셋을 낳고 살아가는 36살 남성 조를 연기해 뉴욕비평가협회, 전미비평가협회를 포함한 22개의 연기상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넷플릭스 시리즈 <리버데일>, 피콕 오리지널 <포커 페이스>로도 주목받은 찰스 멜턴은 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를 둔 한국계 미국인 배우다. 지난해 칸영화제 직후부터 올해 3월11일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까지 <메이 디셈버> 프로모션에 여념이 없던 찰스 멜턴이 영화의
[WHO ARE YOU] '메이 디셈버' 찰스 멜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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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붕괴됐다. 전세계의 입자가속기가 해석 불가능한 결과를 토해내고, 밤하늘은 전구처럼 깜빡이며, 저명한 과학자들이 하나둘씩 사망한다. 혼란에 빠진 다섯 과학자에게 던져진 것은 다름 아닌 게임용 헤드셋. 현존하는 기술 이상으로 생생한 가상현실 속 우주의 비밀을 풀어나가는 사이 현실 세계의 우주도 그들에게 말을 걸어온다. 중국 작가 류츠신의 베스트셀러 SF 소설 <삼체> 3부작을 영상화한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는 원작의 대담한 스케일과 정교한 상상력을 능히 감당해낸다. 정서적 극단을 오가는 과감한 연출과 적절한 VFX가 조성하는 서스펜스 가운데 마음이 머무르는 곳은 과학과 논리로 파해할 수 없는 시험에 든 과학자들의 연대다. <왕좌의 게임>의 공동 프로듀서였던 데이비드 베니오프와 D. B. 와이스, <트루 블러드>를 제작한 알렉산더 우 등 <삼체>를 창조한 3인의 쇼러너와 함께 작품만큼이나 흥미로운 협업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
[인터뷰] ‘삼체’ 쇼러너 데이비드, 베니오프 D. B. 와이스, 알렉산더 우, 과학적 표현을 더 쉽고 직관적으로 이해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