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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랫동안 스스로를 공작부인(工作婦人), 무언가를 만드는 여성이라 지칭했다. SNS 프로필에도 ‘궁극의 만들기 여자’라는 소개 문구를 오래 기입해두었는데 근래 ‘싱어송라이터’로 바꾸었다.
= 사실 계속 두고 싶었다. 그런데 SNS가 아티스트의 주요 PR 수단으로 자리하는 시류가 생긴 이후 ‘궁극의 만들기 여자’를 써놓은 게… 좀 아마추어 같았다. (웃음) 이젠 나도 멋있는 걸 써야지 하는 마음으로 바꾸었다.
- 히트곡인 <야상곡>을 포함해 이번 앨범의 <종언> <체취>와 같은 한자어 제목의 곡들의 표기 방식이 재밌다. 언급한 곡들은 포털사이트엔 한글로 표기되지만, 앨범 부클릿엔 한자로 제목이 쓰여 있다. 한자 표기의 즐거움이 있다면.
= 우선 자우림(紫雨林)도 한자고 내 이름도 한자다. 나는 윤리 윤(倫)에 나 아(我)를 쓴다. ‘윤’자엔 차례라는 뜻도 있다. 결국 내 이름은 ‘My turn’, 그러니까 내 차례란 뜻이다. (웃음) 한
[기획] 솔로 앨범 《관능소설》 발매한 김윤아 ③ 생을 살아야 음악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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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세상의 모든 사랑을 테마로 한 <사랑의 형태>라는 콘서트를 연 적 있다.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을 비롯해 사랑에 관한 여러 텍스트를 노래와 엮은 공연이었다. 이 공연이 사랑 노래를 엮은 《관능소설》의 탄생에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을까.
= 사랑 노래를 채우기로 한 건 2010년 발매한 솔로 3집 《315360》부터다. 돌고 돌아 지금 사랑 이야기를 시작하기 좋은 때가 됐다. 거꾸로 《관능소설》같은 앨범을 만들고 싶은 갈망이 <사랑의 형태> 공연을 낳았다고 볼 수 있다. 2010년대 후반은 자우림에 굉장히 중요한 시기였던 터라 자우림에 집중하는 시기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자우림이 3인 체제가 된 후 나온 첫 앨범 10집 《자우림》(2018)은 굉장히 중요한 앨범이었다. 그리고 자우림의 11집 《영원한 사랑》(2021)이 나왔다. 요컨대 견고한 우리의 자우림을 보이기 위한 몇번의 쐐기가 필요했다. 또 자우림 결성 25주년을 맞
[기획] 솔로 앨범 《관능소설》 발매한 김윤아 ② 갈망이 낳은 글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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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아름다운 자극.’ 이는 싱어송라이터 김윤아가 인터뷰 중 본인을 감화하는 예술의 공통점을 요약한 문장이지만, 그의 신보 《관능소설》에 대한 20자평으로도 손색없는 정리다. 김윤아가 자우림의 보컬이 아닌 솔로 뮤지션으로서 8년 만에 컴백했다. 김윤아의 5집 《관능소설》은 그가 오랫동안 자신의 약점이라 생각했던 사랑 노래로 충만한 앨범이다. 김윤아는 창작을 위해 수많은 멜로영화를 스스로에게 끝없이 쏟아부으며 대상 없는 연애에 젖어갔고, 덕분에 작정한 사랑 노래 모음집이 세상에 나올 수 있었다. 그런데 김윤아는 ‘관능’의 사전 뜻풀이 중 첫 번째 정의를 꼭 짚고 넘어간다. “생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기‘관’의 기‘능’.” 그러므로 《관능소설》은 김윤아가 여성이자 예술가이며 시민으로서 생의 한가운데를 부단히 살며 날갯짓하는 여행기이기도 하다. 김윤아를 만나 《관능소설》과 앨범에 함께 담긴 에세이집 <관념산문>의 작업기를 물었다. 그리고 지금의 그를 존재하게 한 음
[기획] 솔로 앨범 《관능소설》 발매한 김윤아 ① 미치도록 아름다운 자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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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기다움을 고민하고 지켜온 시간들이 쌓여 지금의 이청아를 만든 것 같다. 유튜브 채널 <MOCA 이청아>를 보면서 배우 이청아 뿐 아니라 생활인 이청아를 향한 호감과 동경을 표현하는 구독자가 많은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정말 그런가! 감사한 한편 왜 좋아해주시는지 나도 궁금하다. (웃음) 유튜브나 SNS 속 내가 있는 그대로의 나일까 생각해보면 결코 아니다. 작품 속 캐릭터가 아닐 때에도 언제나 일종의 공인으로서 소화해야 할 역할이 있다. 물론 팬들에 대한 고마움이나 사적인 이야기를 편안하게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행복하다. 특히 책 읽어드리는 코너는 꼭 하고 싶었다. 즐겁지만 유익함도 있는, 에듀테인먼트적인 채널을 바랐거든. 어떤 식으로든 나를 지켜보고 소비하는 분들에게 유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 일상 브이로그나 데일리 루틴을 담은 콘텐츠에 ‘갓생’, ‘워너비’ 같은 수식도 주어진다.
= 한동안은 유튜브 속 나와 실제 나 사이의 괴리를
[기획] <늑대의 유혹> 이후 배우 이청아의 20년 ③ - 건강하게 살아가기, 연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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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양대 연극영화학과 출신이지만 데뷔는 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했다.
= 데뷔하게 된 건 순전히 우연이었다. 2002년 명동에서 부지영 감독님 단편영화 <눈물>에 길거리 캐스팅된 거니까. 그렇지만 아버지(연극배우 이승철) 배우라는 직업 자체엔 무척 익숙했다. 내게는 학로 분장실이 친숙한 공간이었고 연극도 일찍부터 많이 봤다. 초등학교 6학년 때 헤롤드 핀터의 <배신>을 본 기억이 난다. 한양대 연영과에 들어갈 때 연극이 아니라 영화 연출을 전공한 것도 내딴에는 새로운 걸 해보고 싶어서였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보고 싸이더스에서 소속사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했을 때 아빠는 반대했고 엄마는 해보라고 했다. 적은 돈이지만 계약금의 효과였던 것 같다. 배우 일을 하면서 아버지가 남매를 건사하는 일이 녹록치 않으셨으리란 걸 지금은 안다. 어쨌든 처음 오디션을 보러 다닐 때 덜컥덜컥 붙으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다. 이제와 생각해보면 말도 안되는 행운이
[기획] <늑대의 유혹> 이후 배우 이청아의 20년 ② - 20대 이청아의 버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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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직업의 피할 수 없는 숙명 중에는 필모그래피가 쌓이는 만큼 바이오그래피의 궤적도 노출된다는 고충이 있다. 그마저도 감사하다고 표현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혹자는 감수해야 할 대가라고도 말한다. 미디어 환경이 다변화되면서 대중은 해가 갈수록 작품 바깥에서 드러나는 배우의 사적 매력을 접하는 데 익숙하고 나아가 요구한다. 여기엔 스타의 진짜 삶을 궁금해하는 팬심만큼, 배우의 역능과 인간으로서의 깊이가 무관하지 않으리란 무의식적 바람도 깃들어 있다. 얼마큼 사실이거나 환상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배우 이청아의 사례로 말하자면, 제법 설득력 있는 이야기라고 잠정적으로 적어두고 싶어진다.
2002년 명동 한복판에서 길거리 캐스팅 당해 부지영 감독의 단편영화 <눈물>(2002)로 데뷔한 이청아는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2002)을 거쳐 <늑대의 유혹>(2004)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뉴 밀레니엄과 함께 선풍적 인기를 끈 인터넷소설을 영화화
[기획] <늑대의 유혹> 이후 배우 이청아의 20년 ① - 깊은 목소리, 선명한 눈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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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명 ‘큐덕’. <하이큐!!> 팬들(덕후)을 일컫는 말이다. 카라스노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시작된 큐덕의 사랑은 다양한 형태로 적극이고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한편으론 귀엽고 또 한편으론 엉뚱한 풍경 속에서 동시대를 강타한 작품에 반영된 대중의 욕망을 읽을 수 있다.
01. <하이큐!!>가 알려준 진짜 배구
스포츠물의 묘미는 실제 그 종목을 경험하는 데 있다. <하이큐!!>에 대한 관심은 곧 배구에 대한 호기심으로 이어졌고 몇몇 사람들은 크루를 만들어 공놀이를 연습한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의지만으로 빠르게 뛸 수 없듯 배구에 필요한 기초과정을 거치는 건 필수다. 하지만 사실 큐덕들 마음에는 하루빨리 터득하고 싶은 기술이 있다. 바로 ‘괴짜 속공’. <하이큐!!> 초반 히나타와 합을 맞추기 시작한 카게 야마가 히나타의 위치와 자리를 정확하게 예상하고 공을 보내는 기술이다. 세터와 미들 블로커의 즉각적인 판단이 일치해야 한다
[기획]큐덕을 아십니까, '하이큐!!'를 뜯고 맛보고 즐기는 팬덤 현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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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혁이라고 하면 대외적이고 공식적인 일들을 정리하기 마련이다. 대충 보아도 멋있고 쉽게 인정할 만한 숫자와 기록들로 가득하다. 하지만 이번 <하이큐!!> 연혁은 큼직한 일 이외에 작고 소담한 에피소드를 정리해 보고자 한다. 2012년부터 2019년까지 <하이큐!!> 공식 홈페이지(http:// j-haikyu.com)에 등록된 공지와 안내 사항을 통해 지난 원작 만화 연재 기간을 추억해본다. 그동안 이곳엔 어떤 소식들이 전해졌을까. 8년 반 동안 배구 소년들의 이야기로 하나 되었던 팬들의 기억을 영원히 보존할 차례다.
[기획] '하이큐!!' 홈페이지가 간직한 8년 반의 이야기, 우리 이런 시절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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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만화가 지녀야 할 첫 번째 미덕을 꼽는다면 단연 알 수 없는 벅차오름을 고양시키는 일이다. 뭉클함, 감격스러움, 대견함, 뿌듯함 같은 것들. 가장 대표적인 클리셰로는 만년 꼴찌만 도맡던 언더도그가 오합지졸의 갈등을 넘어 하나가 되거나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강팀을 꺾어 우승을 차지하는 장면이 있다. 멤버간의 불화가 크면 클수록 조화를 맞춰가는 과정은 더 아름답게 비쳐지고 최강팀의 위력이 강할수록 반란은 더 심오하고 의미 깊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두 설정에도 위계가 있다. 새로운 동료를 받아들이는 것과 어려운 승리를 거머쥐는 것. 이중 더 우위는 전자다. 아무리 화려하게 승리를 거둬도 주인공이 마음속 울타리 안으로 동료를 받아들이지 못한다면 그것은 실패한 이야기가 된다. 오히려 패배를 맛보더라도 관계는 확장되어야 한다. 소년 만화에서 ‘상호 성장’은 중대한 열쇠다.
나와 너, 우리가 필요한 배구
배구의 기본 규칙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네트를 사이에 두고 상대팀
[기획] 배구가 소년 만화의 미덕을 뜨겁게 구현하는 방식, 우리에겐 한계도, 포기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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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고등학생 히나타가 길을 잃어버린 또래 학생을 지나치지 못한 순간부터 다시 봐야 한다. 작은 체격, 다른 운동부 아이들과 다른 작은 목소리, 무엇보다 배구 이야기에 신나하지 않는 모습. 히나타는 켄마에게서 자신과 다름을 느낀다. 이 둘의 관계는 거기서 시작한다. 배구를 통해 살아 있음을 느끼고 온몸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히나타와 다르게 켄마는 배구에 다소 시큰둥하다. 승리를 위해 고군분투하면서도 이상하리만치 무관심에 가까운 태도. 배구는 구조적으로 팀워크 중심의 스포츠다. 단 세번 안에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상대팀 네트에 공격적으로 운반해야 하는 특성을 지녔기 때문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켄마의 무덤덤한 면은 배구 자체에 대한 무관심이라기보다 팀원과 상대팀 선수들, 수많은 관중 등을 아우르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으로 비친다. 반면 중학교 시절 팀원이 없어 외로웠다는 히나타는 고등학교에서 조직원으로서의 소속감을 발판 삼아
[기획] '극장판 하이큐!! 쓰레기장의 결전' 리뷰, 시리즈 역사 정리, 팬덤 '큐덕' 분석, 누구보다 더 빠르게, 정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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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는 미국행 비즈니스 클래스에 탑승한 내가 지금껏 본 가장 매력적인 두 인물에게서 시작한다. 영화의 시놉시스나 트레일러를 미리 접하지 않았더라면 커다란 스크린에 등장한 두 인물을 한국인 무녀와 그 제자라고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두 사람은 망자와 소통하는 법을 아는 사람들이라기보다 흡사 런웨이 모델에 가까워 보인다. 이들은 고급 패션잡지에서나 볼 법한 인물과 유사하다. 장재현 감독의 영화에서 이런 놀라움은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
우리는 이내 이화림(김고은)과 윤봉길(이도현)이 한국계 미국인 가족의 부름으로 갓 태어난 아기에게 일어나는 기이한 현상을 밝혀내기 위해 미국에 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화림은 원혼이 그 가족을 쫓고 있다는 것도 알아낸다. 영화의 롤러코스터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무녀가 말하길 불길한 일은 이미 아기의 아버지에게도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아기의 어머니는 귀를 의심하지만 관객이 이미 짐작하듯 이 무당은 그저 그런 보통의 무당이 아니다. 화림은
[기획] 찬드라 아디트야 영화평론가가 분석한 <파묘>의 해외 흥행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