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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란 무엇인가. 이 영화 속 공포의 정체는 무엇이며 왜 나는 지금 공포를 느끼는가. 점프스케어나 고어와 같이 시각적인 자극에 호소하는 공포든 오컬트나 코즈믹 호러처럼 으스스한 분위기를 만드는 공포든, 대부분의 공포는 언어로 정리되기전 무의식에 먼저 각인된다. 특히 영화 속 공포의 대상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고 충격 효과에도 유통기한이 있다. 그러므로 호러 장르는 좋든 싫든, 완성도와 무관하게 시대적 무의식을 반영하는 법이다. 개봉하기 전부터 국내외 호러 팬 사이에서 화제작으로 불린 <악마와의 토크쇼>와 <애비게일>은 동시대 미국 호러영화의 두 경향을 대표한다. 스타일상 대척점에 서 있는 두 영화를 통해 동시대 호러 장르의 흐름과 무의식을 파헤쳐보았다.
200만달러의 저예산으로 제작된 <악마와의 토크쇼>는 A24에서 비롯한 아트하우스 호러 스타일이 대중적으로 퍼져가고 있다는 이정표로 보인다. 이 영화는 숏 바이 숏으로 보아도 될만큼 정교한 만듦새
[기획] 호러 장르의 겉과 속, 변화의 갈림길에서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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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얼굴과 이름은 단 한줄의 필모그래피, <바튼 아카데미>로 세상에 알려졌다. 알렉산더 페인 감독이 촬영지로 고른 학교에 도미닉 세사가 재학 중이었다는 우연은 영화가 공개된 이후 운명적 사건 같은 이야기로 돌아선다. 2002년에 태어난 이 배우가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옛날식 다이얼 전화 사용법을 몰라 한 차례 엔지를 낸 후, 다음 테이크에서 다이얼을 돌려 연기를 완성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이 일화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에게 연기 경험이라곤 고등학교 연극부 활동이 전부였다는 사실이다. 제도 안에서 교육받은 적 없는 연기자의 연기 결과물이 카메라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게 감동을 안겨주는 때에는 그것이 학습과 답습, 도식과 정형에서 벗어나 날것에 가까운 자연스러움에서 비롯되는 아주 짧은 순간도 포함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도미닉 세사는 단 한편의 영화로 관객을 손쉽게 설득한다.
한 고등학교에서 제작한 작은 연극 무대와 체계적 시스템을 갖춘 할리우드에서 제작
[특집] 경력을 초월하는 매력, 도미닉 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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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에서 노래하고 춤추고,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에서 전투를 펼치는 레이철 제글러를 보는 내내, 저 가녀린 체구에서 어떻게 저런 에너지가 나오는지 먼저 궁금해진다. 싱거운 결론이지만 사실 젊은 배우가 가진 에너지와 성장 가능성의 크기는 몸집에 비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러서야 궁금증이 비로소 멈추었다. 명성 있는 감독의 신예 배우 캐스팅 비화나 스타 발굴 신화는 늘 눈길을 사로잡지만 최종적으로 신화를 완성하는 것은 언제나 그 신예 배우의 역할이다. 제글러의 영화 데뷔작은 다름 아닌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였다. 명감독이 발탁한, 뮤지컬 장르를 소화해야 하는 배우로서의 실력에 의심의 여지는 없다.
빈민가의 한 발코니에서 새하얀 옷을 입고 화사하게 등장한 마리아 역할의 레이철 제글러는 자신의 진정한 등장을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곳곳에서 몇번이고 되풀이한다. 남자아이 같은 장난
[특집] 잊을 수 없는 역동성, 레이철 제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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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렌던 프레이저, 빌 나이, 콜린 패럴, 오스틴 버틀러가 이름을 올렸던 제95회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 중에는 1996년생 아일랜드 배우 폴 메스컬도 있었다. 유일한 20대였고 경력은 가장 짧았지만 샬럿 웰스 감독의 <애프터썬>에서 그가 보여준 연기는 ‘And the Oscar Goes to…’의 무게를 선배들과 함께 견디기에 충분했다. <애프터썬>에서 메스컬은 11살 딸 소피(프랭키 코리오)와 튀르키예로 여름휴가를 떠난 31살의 젊은 아버지 캘럼 역을 맡았다. 겉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여도 내면에선 끊임없이 소용돌이치고 있는 인물의 불안감을 절묘하게 살려냈다. 어른이 된 딸이 더는 만날 수 없는 아버지와의 한때를 회상하는 이야기를 더욱 슬프고 신비롭게 만들었다.
다부진 체격이나 서글픈 눈과 삐뚠 입매가 형성한 그늘진 인상 때문에 어쩐지 늘 의기소침해 보이는 폴 메스컬은 위태로운 보호자를 주로 연기해왔다. 아일랜드 소도시에서 만난 10대 남녀의 멜로
[특집] 평범한듯 신비로운, 폴 메스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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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한 듯 처진 눈과 마른 몸. 소년부터 청년까지 너르게 소화하는 30대 배우 마이크 파이스트의 외양은 단순하게 설명되기엔 닮은꼴이 잘 떠오르지 않을 만큼 독창적이다. 배우로 입신한 곳은 뉴욕이나 출신지는 애팔래치아산맥 너머의 대표적인 공업, 블루칼라 지대인 오하이오다. 러스트 벨트 백인 노동자계급의 삶을 그린 논픽션 원작 영화 <힐빌리의 노래>의 배경에서 성장한 그는 스스로 “노동계급 출신 연극배우”(<워싱턴포스트>)라 부를 만큼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 영화를 통해 성장한 여타 백인 스타들과는 성분을 달리한다는 점이 의외다. <챌린저스>(2024)같이 극 중 인물들의 섹슈얼리티를 자유롭게 추론하는 재미가 있는 영화에서 파이스트의 출처 불명한 중성미는 빛을 발한다. 슬럼프에 빠진 테니스 선수 ‘아트’를 연기한 그는 패트릭(조시 오코너)을 향해 조건 없는 애착을 보이거나 거침없이 키스하며 존재 자체로 서사에 퀴어니스를 더한다. 타시(젠데이아) 앞에서는
[특집] 이율배반적 아름다움, 마이크 파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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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젊은 여성 관객들은 유독 중국계 미국인 가족의 레즈비언 외동딸 ‘조이 웡’, 그리고 그녀가 흑화한 버전인 ‘조부 투파키’에 자신을 투사하며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를 ‘K장녀’ 서사로 적극 독해한 바 있다. 신예 스테파니 수는 조이와 조부를 오가면서 대사의 톤, 태도와 정서, 메이크업과 패션을 통한 급진적인 비트 체인지로 두 얼굴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체현하며 서사에 기여했다. 뉴욕대학교 티시예술학교와 브로드웨이를 거쳐 연기 학습의 정도를 걸어온 그는 30살에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만나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수의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오디션 테이프가 깜짝 공개된 날, 소셜미디어는 그의 입술에서 나오는 궤변의 ‘베이글론’(모든 것은 베이글 위에 있으니 세상 모든 것은 무의미하다는 허무주의)에 다시 한번 매혹됐다. 대사를 통한 감정 전달이라는 연기 테크닉의 기본을 충실하게 소화하면서도
[특집] 완벽한 테크니션, 스테파니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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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가장 핫한 쇼엔 섹스가 없다.” 2022년 7월, 미국 뉴욕의 격주간지 <더 컷>에 실린 대니엘 코언의 칼럼이 화제를 모았다. 코언이 언급한 ‘가장 핫한 쇼’는 <FX>의 <더 베어>고, 한탄 중인 부재의 주체는 연애 경험이 없던 셰프 카미(제러미 앨런 화이트)다. “음란한 상상을 자극하는 대부분의 TV 캐릭터들과 달리, 카미는 섹스를 하지 않는다. 카미는 섹스리스로 살 수밖에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베어>를 보는 동안 그와 섹스하는 상상을 단념하기 쉽지 않다.”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의 셰프였던 카미는 친형의 사망 이후 가족이 운영하던 샌드위치 가게 ‘더 비프’에 투입된다. 카미는 어떻게든 식당을 살려보려 고투한다. 의외로 카미는 미디어에서 흔히 접한 셰프처럼 쉽게 분노하거나 윽박지르지 않는다. 다만 카미는 나직하게, 자신의 지시를 어떻게든 관철한다. 그가 주방 구성원들에게 바라는 유일한 대답 “예스 셰프”는 때론 상명하복의
[특집] 시의적절하게 섹시한, 제러미 앨런 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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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봄, 두 이탈리아 출신 감독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연이어 극장가를 점령한 마성의 영국 배우가 있다. 바로 조시 오코너다. 조시 오코너는 알리체 로르바케르 감독의 <키메라>에서 단벌의 도굴꾼 아르투가 되어 떠난 연인 베니아미나(일레 야라 비아넬로)를 찾아 온 땅을 파헤쳤다. 또 얼마 지나지 않아 루카 구아다니노의 <챌린저스>에서 헐벗고 굶주린 테니스 선수 패트릭이 되어 치정으로 얽힌 삼각관계에 잊을 수 없는 강속구를 꽂았다.
조시 오코너에 따르면 그는 학부 재학 시절 ‘귀찮게 구는 연극학도’였다. 연기에 대한 열정이 끓어넘쳐 “밝은 뮤지컬 실습에서조차 진지한 연극적 접근을 해 교수들을 진절머리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오코너는 대학 졸업 후 런던에서 연극을 하며 <닥터 후> <피키 블라인더스> 등의 TV시리즈와 케네스 브래나가 연출한 영화 <신데렐라> 등에 출연했지만, 늘 ‘무도회 궁정 경비병13’ 등의 조·단역
[특집] 옆집 소년처럼, 도련님처럼, 조시 오코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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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챌린저스>의 타시가 진정 사랑한 것은 전남친 패트릭 즈바이크(조시 오코너)도 현남편 아트 도날드슨(마이크 파이스트)도 아닌 테니스, 즉 육체를 중심으로 한 상호의존적 역학관계였다.(“테니스는 관계야.”) 때문에 운동성의 쾌락과 성취감, 섹슈얼리티가 감각적으로 엮이는 <챌린저스>에서 타시는 남성들이 쟁취해야 할 트로피가 아닌 경기 전체를 지배하는 여성으로 자리한다. (심지어 부상으로 선수 커리어가 끊기고 남편의 코치직을 맡는다는 설정임에도 그렇다.) 그리고 타시를 연기한 젠데이아는 <챌린저스> 프로젝트를 출발시킨 핵심 제작자이자 이 발칙한 서사를 성립시키는 중추다. 젠데이아는 시나리오를 쓴 저스틴 커리츠키와 함께 테니스가 궁극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글로 표현되지 않는 부분까지 시각언어화하는 루카 구아다니노가 적임자임을 논의했다. 테니스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그는 관련된 모든 비디오와 경기, 인터뷰를 섭렵하는 열정으로 테니스의 세계를 탐구했고, 무용수
[특집] 한 시대의 시작, 젠데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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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딘, 내털리 우드, 매슈 브로더릭, 리버 피닉스, 위노나 라이더, 맷 데이먼, 로버트 패틴슨까지. 할리우드엔 언제나 청춘의 아이콘이 존재했다. 이들이 자신의 젊음을 스크린에 영원히 박제한 덕에, 동시기에 청춘을 누렸던 관객들은 젊은 날의 추억을 영사할 때마다 그때의 맥박을 잠시나마 회복할 수 있었다. 2010년대 중후반 젊음의 광휘를 뿜으며 캐스팅 A리스트에 오른 티모테 샬라메와 톰 홀랜드 이후, 지금 주목해야 할 젊은 배우는 누가 있을까. <씨네21>은 2024년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장래가 전도유망한 젊은 배우 8인을 선정해보았다. <씨네21>의 선정 기준은 다음과 같다. 첫째, 선정일까지 영화와 시리즈에서 거둔 성과가 분명해야 한다. 둘째, 누가 보아도 기대할 만한 차기작이 있어야 한다. 셋째, 한번은 집중해 배우론을 다루어볼 법한 젊은 배우여야 한다. 그리고 넷째, 성별과 성별 정체성, 성적 지향, 인종 측면에서 다양한 배우들을 모아야 한다.
[특집] 할리우드 청춘예찬 - 지금 주목해야 할 할리우드 청춘 배우 8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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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저(앤디 서키스)가 이끌었던 리부트 삼부작 이후 잠잠했던 <혹성탈출> 시리즈가 7년 만에 돌아왔다. 속편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에서는 주인공 노아(오언 티그)를 포함해 11마리의 유인원이 새로이 등장한다. 이중 오랑우탄 라카(피터 메이컨)에 주목해야 할 이유가 있다. 라카 작업에 VFX 스튜디오 Wētā FX 소속 한국인 아티스트인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와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가 참여했기 때문이다. 김승석 페이셜 모델러는 얼굴근육을 숫자와 알파벳으로 부호화하는 FACS(Facial Action Coding System)를 이용해 디지털 캐릭터의 다양한 표정을 만드는 전문가다.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2014)의 크리처, 공간 등을 3D로 제작하는 모델러로 VFX 업계에 뛰어든 뒤 <데드풀2>(2018) 때부터 표정으로 분야를 좁힌 그는 <아쿠아맨> <아바타: 물의 길>에도 힘을 보탰다. 2021년
[인터뷰] 감정과 표정을 정확히 매치시키기 위해, <혹성탈출: 새로운 시대> 김승석 시니어 페이셜 모델러, 순세률 모션 캡처 트래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