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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OBC 방송국은 잭 델로이(데이비드 다스트말치안)를 앞세워 심야 토크쇼 <올빼미 쇼>를 론칭한다. 초창기 인기와 달리 방송이 지속되며 <올빼미 쇼>는 경쟁 방송사의 토크쇼에 밀려 만년 2위에 자리한다. 설상가상으로 잭이 남성 전용 신흥종교 조직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돌고 오래 투병하던 잭의 아내 매들린(조지나 헤이그)이 사망하자 <올빼미 쇼>는 고전을 면치 못한다. <올빼미 쇼>는 야심차게 1977년 오컬트 특집 핼러윈 생방송을 준비하며 반등을 꿈꾼다. 이 쇼엔 심령술사 크리스투(파이살 바지), 오컬트 회의론자 카마이클(이안 블리스), 최면학자 준 로스-미첼(로라 고든)과 그의 연구 대상 소녀 릴리(잉그리드 토렐리)가 출연 예정이다.
<악마와의 토크쇼>는 모처럼 찾아온 파운드 푸티지 장르의 호러영화다. 영화는 ‘발견된 영상’이라는 장르 문법에 걸맞게 초반 설정을 설명하는 다큐멘터리 푸티지와 이에 삽입된 보이스오버 내레
[리뷰] ‘악마와의 토크쇼’, 공포와 상실, 죄책감의 엔터테이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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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이야기가 교차한다. 한쪽은 젊은 남녀 지수(권잎새)와 우주(반시온)의 이야기다. 두 사람은 6년의 연애 이후 헤어진 상황이다. 그러던 중 갑자기 우주가 지수의 집에 찾아와 도움을 요청한다. 실수로 친구 영배(안성민)를 해쳤으니 함께 시신을 처리하자는 생뚱맞은 부탁이다. 이후 이어지는 지수의 반응과 이야기 전개는 더 생뚱맞다. 사망한 줄 알았던 영배가 갑자기 살아나질 않나, 우주의 엄마 신애(윤유선)까지 이 사태에 끼어든다. 점입가경으로 빠져드는 이야기 위에서 또한 독특한 것은 살인사건을 대하는 영화의 감정적 태도다. 인물들은 일반적 감정이 결여한 부조리극의 인간들처럼 인간의 죽음을 아무렇지 않게 수용하고 이에 대응한다. 이를테면 지수가 죽은 듯한 신애를 보고 “이제 어머니가 해주시는 꽃게탕을 못 먹겠다”라고 독백하는 방식이다. 서사와 감정의 농도가 일반적이지 않을뿐더러 촬영 형식의 독특함도 눈에 띈다. 일련의 살인사건은 지수 집의 작은 거실과 화장실에서 이뤄지는데, 카메라는
[리뷰] ‘미지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우주, 마음, 영화와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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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2년 4월, 김민하 배우를 만났다. 일제강점기 이민자의 삶을 다룬 <파친코>의 주연을 맡은 그는 작품에서와 같은 단아한 모습으로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인터뷰 중 간간이 들리는 그의 관심사와 학창 시절 그리고 꿈까지, 앞으로가 더욱 궁금한 배우로 가슴속에 남아 있다.
[ARCHIVE] 배우 김민하의 글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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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작은 영화에… 유명하지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2014년 천우희가 영화 <한공주>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것은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선후배 동료 배우들은 물론 그의 수상을 지켜본 영화 팬들도 각자의 상황을 대입하며 그에게 응원과 지지의 목소리를 보냈다. 재능에 비해 주어진 기회와 환경이 받쳐주지 못했던 ‘진짜배기’가 빛을 보는 순간은 그 자체로 또 다른 드라마가 된다. 그리고 10년 후, 천우희가 걸어온 행보는 예상 범주 안에 있을 법한 작품과 이를 벗어난 작품이 흥미롭게 공존한다. 이를테면 <곡성>에서 보여준 에너지나 <걸스 온 탑> <메기> <버티고> 등 독립·단편영화 작업이 우리가 기대했던 천우희의 고마운 연장선상이라면, <멜로가 체질> <스마트폰을 떨어뜨렸을 뿐인데>는 그가 일반 여성의 보편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한 반가운 확장이었다. <한공주> 개봉 10주
[커버] 진짜의 진짜의 진짜, <한공주> 개봉 10주년 맞이한 배우 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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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피에르 다르덴, 뤽 다르덴, 미셸 시망 지음 / 김호영 옮김 / 마음산책 펴냄
“켄 로치보다 덜 교조적이고 미하엘 하네케보다 덜 이론적이며 마이크 리보다 덜 일화적인 이들의 영화는 진실주의와 사회주의 그리고 정신주의가 결합된 영화적 전통을 이어간다.” 프랑스의 영화사가인 뱅상 로위는 <다르덴 형제>의 서문에서 다르덴 형제의 영화를 이렇게 말했다. 관객을 극도로 자극하면서도 고전적인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 그들의 영화 세계에 대해 10년간 인터뷰를 지속해 이 책을 엮은 사람은 <포지티프>의 편집장을 지낸 영화평론가 미셸 시망이다. <더 차일드> <로나의 침묵> <자전거 탄 소년> <내일을 위한 시간>에 대한 긴 대화가 차례로 등장하고, ‘영화수업-응시하는 카메라’라는 제목으로 실린 글에서는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열린 행사에서 오간 이야기가 실렸다. 어쨌거나 이 인터뷰집은 미셸 시망의 결코 짧지 않은 질문들도 새겨읽
[CULTURE BOOK] 다르덴 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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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ST’는 매주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에게 취향과 영감의 원천 5가지를 물어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이름하여 그들이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냄비밥
밥을 자주 안 해 먹을 땐 짐을 늘릴 필요가 없으니 밥솥을 살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냄비밥에 꽂혔다. 향미품종 골든퀸과 찰현미를 섞어 밥을 지으면 정말 맛있다. 물양 맞추는 것도 쉽다. 설익으면 그냥 뚜껑 덮고 다시 뜸 들이면 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영화를 좋아한다.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이다. 란티모스의 영화를 보는 순간 내 삶의 방식,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등 가치판단의 체계를 새로 세우게 된다. 영화 말고 무엇이 내게 이런 질문을 유발할 수 있을까. 최근 <가여운 것들>도 관람했다. 벨라가 여행을 떠나기 전 흑백으로 찍힌 파트의 비주얼이 정말 좋았다. 란티모스의 영화 중 나의 ‘최애작’은 <킬링 디어>다.
필라테스
필라테스를 정말
[LIST] 전소니가 말하는 요즘 빠져 있는 것들의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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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관객들이 오랜만에 한국영화로 들뜬 분위기다. 지금 중국영화계를 뒤흔드는 키워드는 다름 아닌 한국영화다. 기대감을 불러일으킨 작은 파문은 지난 4월18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제14회 베이징국제영화제다. 이번 베이징국제영화제에 초대된 한국영화는 <파묘>와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비롯해 <소풍>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해야 할 일> 등 총 5편의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이중에서도 <파묘>는 영화제 전체 240편이 넘는 상영작 중에서 매진 순위 톱5를 차지하며 최고 인기작으로 떠올랐다. <파묘>는 영화제 개막 첫 주말이었던 4월20일 상영을 시작으로 5번의 공식 상영 티켓이 모두 순식간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우며 한국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2017년 이후로 중국 내 공식적으로 개봉한 한국영화는 2021년 나문희 주연의 <오! 문희>
[베이징] '파묘' 인기몰이, 베이징 영화제 한국영화 5편 선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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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다양한 독립영화가 전주로 모여든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는 '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섹션을 마련해 인천, 대구, 강원, 광주, 부산, 대구와 경북, 제주 등 각 지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들의 장단편을 상영한다. 독립영화와 관객을 연결하는 기본 목적을 충실한 섹션이자 전국에서 활동하는 영화인의 네트워크 장을 완성한 셈이다. 열악한 여건에 처한 독립영화계를 향해 전주영화제가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올해는 어떤 영화들이 각 지역에서 모여들었을까. 관객을 만날 채비를 마칠 총 14편의 영화 중 5편을 소개한다.
01. <기억의 집>
이현옥/한국/2023년/71분/지역 독립영화 쇼케이스
광주를 배경으로 한 영화 <기억의 집>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사망 이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오래된 사진을 발견한 주인공은 다소 충동적으로 사진 속 집을 찾아가 본다.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유년시절의 기억을 하
JEONJU IFF #4호 [기획] 지역영화 쇼케이스 “전국의 독립영화를 잇는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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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츠에(반자이 미츠에)의 발이 닿는 곳엔 불안의 그림자가 따라다닌다. 영화를 찍으려는 꿈을 안고 떠난 싱가포르에서도, 전 애인을 향한 미련과 새로운 동료와의 만남이 가득한 도쿄에서도, 평안과 침묵이 가득한 고향 홋카이도에서도 그녀는 쉬이 마음을 내려놓지 못한다. 현대인의 고독은 더 이상 공간의 문제가 아니다. 내면의 정처 없음은 불확실성이 만연한 시대의 감각이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 싱가포르와 일본을 오가며 기회를 찾아 헤맸다던 숀 네오 감독은 자신이 느꼈던 위태로움을 작품에 녹여냈다. 어느 것도 가늠할 수 없는 즉흥의 시대를 떠올리며 우연에 영화를 맡긴 숀 네오 감독을 만나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이 그린 불안정한 삶의 궤적을 함께 따라가 보았다.
-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을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소개한 적 있다.
=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은 내가 일본에 있을 때 만들게 됐다. 당시 싱가포르 영화 산업은 그리 좋은 상황이 아니었고 내게
JEONJU IFF #4호 [인터뷰]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숀 네오 감독, ‘우연에 영화를 맡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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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부부인 지연(김시은)과 도진(이도진) 부부는 병원에서 또다시 유산 소식을 듣는다. 아내의 몸 상태가 먼저인 도진은 이쯤에서 시험관 시술을 멈추고 싶지만 지연은 아니다. 지연이 더 가열하게 임신에 매달릴수록 도진의 의지는 사그라든다. <통잠>은 오랜 시험관 수술 끝에 완전히 소진돼버린 부부의 생활을 사실감 있게 포착한다. 지독할 정도로 인물에게 거리를 둠으로써 원하는 삶을 위해 전부를 건 여성을 온전히 비추는 데 성공한다. <통잠>을 공동연출한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비바람 속에 야외 행사를 치르고 왔음에도 첫 장편 연출작이 한국경쟁에 올랐다는 감사함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입을 모았다. 그리고 이들이 들려준 비화에 따르면 <통잠>에는 영화인의 숙명적인 과제인 “나는 왜 영화를 하는가”에 대한 고뇌가 담겨있다.
- 김솔해 감독과 이도진 감독은 독립 장편 <한 채>(2023)의 조연출과 배우로 참여한 공통분모가 있다. 이 영화에서
JEONJU IFF #4호 [인터뷰] '통잠' 김솔해, 이도진 감독, “삶에서 포기가 안 되는 무언가에 대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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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 지나가면>
장병기/한국/2024년/115분/코리안시네마
초등학생 기준이 도시 생활을 접고 지방 소도시로 오게 된 것은 먼 미래의 농어촌특별전형을 받기 위해서다. 명문 대학이 훌륭한 인생, 멋진 직업, 자랑스러운 커리어를 보장해줄 거란 엄마의 욕망 때문에 선택권 없는 어린이는 말없이 이사에 동참한다. <여름이 지나가면>은 순진무구하기만 할 것 같은 아이들의 세계가 어른들의 세계와 어떻게 맞닿아있는지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제 막 신도시 개발 계획을 실행 중인 마을은 아파트 단지 사이로 이해득실 문제를 맞닥뜨린다. 대학 진학, 부동산을 향한 욕망과 보상금 문제, 집단에 녹아들기 위한 진심 은폐 등 어른들이 지어가는 마을은 편법과 술수, 거짓과 욕심에 뼈대를 두고 있다. 이러한 지역 분위기는 아이들에게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을까. 어느 날 운동화를 잃어버린 기준은 같은 반 결손가정 친구에게 자연스레 의심의 눈빛을 보내지만 그가 구축한 교실 내 권
JEONJU IFF #4호 [프리뷰] 장병기 감독, '여름이 지나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