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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My Endless Numbered Days
숀 네오/일본, 싱가포르/2023년/78분/국제경쟁
만약 도시인들의 고독에 궤적을 그릴 수 있다면, 이는 양극단을 정처 없이 배회하는 진자운동일 것이다. 영화를 찍기 위해 고향 아사히카와를 떠나 싱가포르로 향했던 미츠에(반자이 미츠에)도 별 소득 없이 일본으로 다시 돌아오고 만다. 아무런 계획 없이 복귀한 일본에서 그녀에게 두 사람이 다가온다. 1년 전 미츠에와 헤어지고 다른 이와 결혼한 전 애인은 미련이 남은 문자로 그녀에게 안부를 묻는다.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새롭게 만난 동료 안나(야나기 에리사)는 갑작스레 미츠에의 집에 얹혀살고자 한다. 과거의 사랑과 새로운 우정 사이에서 마츠에는 소소한 일상을 보내며 찰나의 유대감을 느낀다. 하지만 미츠에는 여전히 어느 관계에도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한다.
배회와 진동에서 멈춤과 안온함으로 향하는 여정을 자신만의 리듬으로 담아낸 <끝없는
JEONJU IFF #3호 [프리뷰] 숀 네오 감독, '끝없는 기다림의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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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관객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전주톡톡은 영화인들의 현장 경험, 흥미로운 비하인드 스토리, 작품과 현시 사이를 잇는 메시지 등을 가볍고 유쾌하게 들어볼 수 있는 토크 프로그램이다. 5월 3일 금요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운데 문화광장 부근의 소담한 카페에서 <목화솜 피는 날>의 감독과 배우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작품을 지휘한 신경수 감독을 필두로 박원상, 우미화, 조희봉, 최덕문 배우가 관객들을 만났고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할 준비를 마쳤다는 듯 적극적으로 질문을 꺼내는 공승연 배우가 진행을 맡았다.
'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에 소개된 <목화솜 피는 날>은 10년 전 참혹한 사고로 둘째 딸을 잃은 부부 병호(박원상)와 수현(우미화)의 이야기를 다룬다. 10년 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외쳐온 병호는 다른 유가족들과 갈등에 충격을 받아 기억을 잃고 만다. 서서히 희미해지는 과거에도 그에게는 마음 한 편에 영원히 잊지 않는
JEONJU IFF #2호 [스코프] ‘목화솜 피는 날’ 전주톡톡 “슬픔과 애도를 전유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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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바쁘고 지쳐있는 대학병원 간호사 유정(박예영)은 좀처럼 얼굴 보기 힘든 고3 동생 기정(이하은)의 소식을 전화 너머 경찰에게 듣는다. 기정이 교내에서 벌어진 영아 유기 사건의 당사자라고 자수해서 구속됐다는 것. 엄마가 기정을 낳다가 돌아가셨기에 일찍부터 자기를 엄마 대신이라고 여겼던 유정은 동생을 구하고자 애쓰지만 쉽지 않다. 친한 친구도 모르고 똑똑하고 알아서 잘하는 애라고밖에 동생을 설명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면서 기정에 대해 무지했다는 걸 그제야 깨닫는다. <언니 유정>은 가까운 사이라고 해서 이해하려는 노력을 간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예리하게 묻는다. 서툴지만 분명하게 한 사람을 진심으로 알아가려는 작업에 돌입한 사람을 따뜻한 시선으로 따라가며 그의 분투하는 시간을 먹먹하게 담아낸다. 정해일 감독에게 첫 장편작 <언니 유정>은 유정에게 기정이 그렇듯 애틋한 존재다. 영화를 놓아줄 때가 되어서야 그는 5년가량 한 작품을 붙들고 있는 동안 많은 용기를 얻었
JEONJU IFF #2호 [인터뷰] '언니 유정' 정해일 감독, “누구도 상처받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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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청약에 당첨된 정서(나애진)는 차용증을 들고 아버지 영주(안석환)를 찾아 묵호항으로 향한다. 떼인 돈을 받으러 온 고향에서 정서는 내내 복잡한 마음이 든다. 돈독 오른 아버지에 지쳐 하루 빨리 이 곳을 떠나고 싶지만, 자신을 닮은 이복동생 정해(김진영)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정서는 돈으로 얽힌 낯선 가족의 모습에서 자신이 작업한 웹툰 속 뱀파이어의 모습을 떠올린다. 바닷바람이 차게 불던 묵호항에서 이야기를 건져 올렸다는 장만민 감독과 <은빛살구> 속 복잡하게 얽힌 가족이란 관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 첫 장편 <은빛 살구>는 어디서 시작하게 되었는가.
= 뿌리를 잃었던 시기가 있었다. 최대한 멀리 떠나고 싶은 맘에 고향 순천에서 가장 떨어진 도시를 찾아 동해시로 홀로 향했다. 무뚝뚝해도 정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고요한 곳이다. 그런 점에서 순천과 동해시가 참 닮아 있었다. 외지에서도 고향을 발견한 셈이다. 그렇게 4월의 묵호항에서 주인공 김
JEONJU IFF #2호 [인터뷰] ‘은빛살구’ 감독 장만민, “뱀파이어의 형상에서 낯선 가족을 발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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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고국에 돌아온 응우옌(민 쩌우)에게 현대의 하노이는 어색하다. 결혼을 준비하는 조카 반(하 푸엉)의 단순한 삶의 태도는 더욱 이해할 수 없다. 반이 백화점과 지하철을 오가며 오늘을 살아가는 사이 응우옌은 추억이 담긴 장소들을 방문하며 먼 과거를 더듬는다. 영화는 어떠한 사념도 없이 응우옌의 순례에 차분히 동행한다. 옛 노래의 빛바랜 음색을 통해, 흑백의 거친 촉감을 통해, 쿨리의 신비로운 눈을 통해 그녀의 깊은 회한을 감각한다. 팜응옥란 감독은 개인의 기억과 베트남의 현대사를 우아하게 엮어낸 장편 데뷔작 <쿨리는 울지 않는다>를 들고 전주국제영화제 국제경쟁 부문에 초청됐다. 진중한 눈빛으로 시간과 공간을 바라보는 팜응옥란 감독의 이야기를 전한다.
- 공간, 인물, 사건 등에서 이전에 제작한 단편들과 느슨히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 처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 마음먹은 때가 2016년이다. 그때부터 <쿨리는 울지 않는다>의 제작을 준비하
JEONJU IFF #2호 [인터뷰] '쿨리는 울지 않는다' 감독 팜응옥란, “시간의 절대적 방향성을 존중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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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화솜 피는 날>
신경수/한국/2024년/91분/코리안시네마: 세월호 참사 10주기 특별전
생동감 넘치는 아이들의 등굣길로 시작하는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기억하고자 재난 이후의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2014년 4월16일, 여객선의 침몰과 함께 둘째딸 경은을 잃은 병호(박원성)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조금씩 기억이 희미해진다. 그의 아내 수현(우미화)이 매일 서로의 신상과 정체를 묻지만 그가 답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거대한 슬픔이 훑고 지나간 가족들의 빈자리엔 무엇이 남아 있을까. 오직 시름과 애수만 가득한 수현의 가족은 뒤늦게 세월호 참사의 여파를 직면한다. 4·16참사가족협의회가 공동제작 주체로 참여한 <목화솜 피는 날>은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한 유가족의 내밀한 사정과 채 다 용해되지 않은 응어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특히 진상 규명 목표를 두고 유가족 집단 내부의 갈등이 피어오르거나 이들을 향한 타
JEONJU IFF #2호 [프리뷰] 신경수 감독, '목화솜 피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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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러브>
김오키/한국/2023년/94분/코리안시네마
색소포니스트로 잘 알려진 김오키 감독의 첫 장편영화 <하나, 둘, 셋 러브>는 환상과 현실, 이야기의 형식, 나아가 영화 안팎의 경계를 파악하려는 욕망을 무위로 만든다. 재즈를 비롯해 특정 장르로의 포섭을 거부하는 그의 자유로운 음악을 만나본 사람들은 이쯤에서 이미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테다. 일종의 멀티버스 설정과 B급 코미디를 조합한 자유로운 스타일을 휘두르는 영화는 천진한 환상과 무정한 현실로 추정되는 여러 세계를 이어 붙인다. 여배우 수정 역의 류현경을 중심으로 배우들의 극중 역할과 관계가 차례차례 변화한다는 점에서는 언뜻 변주곡의 인상도 스친다. 이에 더해 감독의 사재를 털어 부었다는 자체수급 프로덕션, 김의성 배우와 이종필 감독 등의 존재감을 패러디의 요소로 활용하는 재기 등도 영화 속에서 반복되는 독립영화와 상업영화에 대한 케케묵은 논쟁에 무효표를 던지려는 듯하다. 이 모든
JEONJU IFF #2호 [프리뷰] 김오키 감독, '하나, 둘, 셋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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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망>
김태양/한국/2023년/93분/한국경쟁
서울 을지로3가 어딘가로 그림을 배우러 다니는 남자(하성국)는 예전에 알던 여자(이명하)와 길에서 만나 잠시 걷는다. 당시 모더레이터로 서울극장을 찾았던 여자는 몇 년 뒤 서울극장이 폐관할 때쯤 관객과의 대화를 위해 다시 그곳을 방문하고, 극장 관계자인 다른 남자(박봉준)와 그림 배우는 남자와 걸었던 그 길로 들어선다.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여자는 지인의 장례식에서 이제는 화가가 된 그림 배우는 남자와 재회하고 서울의 밤길을 같이 걷는다.
<미망>은 팬데믹 기간에 일상이 사라졌던 경험을 녹여 만든 김태양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단편으로 시작해 4년의 우여곡절 끝에 완성한 영화는 시간의 더께가 쌓여 더욱 단단하고 유려해졌다. 영화는 특정 장소가 머금은 사소한 일상과 순간의 정서를 스크린에 선명히 새기는 방식으로 희미했던 기억을 깨우려 한다. 극에 생생히 기록된 후텁지근한 날씨, 도시의 소음, 노포
JEONJU IFF #2호 [프리뷰] 김태양 감독, '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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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 유정>
정해일/한국/2024년/102분/한국경쟁
가족이라는 소재와 미스터리가 결합할 땐 주로 ‘가까이서 잘 아는 사람이 자극하는 공포’를 조명한다. <언니 유정>은 그보다 한 꺼풀 더 안으로 들어가 ‘잘 아는 줄 알았지만 그렇지 않은’ 가족의 빈틈을 파고든다. 동생의 탄생과 함께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유정(박예영)은 기정(이하은)을 엄마처럼 각별하게 키워왔다. 각자의 삶이 바빠 전보다 서먹해졌지만 그래도 내가 아는 동생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아직 고3에 불과한 기정이 영아유기 사건의 범인으로 자수해 구속됐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자신의 믿음을 의심하고 혼란스러워한다. 다시 말해 유정과 기정의 관계는 두 자매를 연결하기보다 분해함으로써 그 상태를 알 수 있다. 영화가 러닝타임 내내 동생을 향한 돌봄과 보호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못내 찜찜한 느낌을 주는 이유기도 하다. 또 영화는 잔잔하고 묵직하게 이야기를 펼쳐내면서 미지의 정
JEONJU IFF #2호 [프리뷰] 정해일 감독, '언니 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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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부터 1989년까지 18년 동안 방영된 추억의 드라마 <수사반장>(MBC)이 돌아왔다. 청년의 얼굴로. 이 드라마를 기억하는 이들에게 <수사반장 1958>(MBC)은 다시 만난 친구처럼 반가울 것이다. 원작을 잘 모른다 해도 상관없다. <모범택시>(SBS)처럼 사건 발생과 해결이 1~2회 만에 이루어지는 빠른 전개에 코믹, 액션, 로맨스, ‘권선징악’ 교훈까지 두루 갖추었기에 익숙하게 몰입할 수 있다. 물론 전쟁 이후의 정치사회적 혼란기를 다룬 ‘시대극’으로서도 꽤 흥미롭다. <수사반장 1958>은 1958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원작 속 인물들의 청년기를 다룬 ‘프리퀄’ 드라마다. 황천시에서 ‘경기도 소도둑 검거율 1위’로 유명세를 탄 학도병 출신 형사 박영한(이제훈)은 서울 종남경찰서로 발령받는다. 영한은 그곳에서 유대천 반장(최덕문)을 비롯해 미친 개 김상순(이동휘), 불곰 조경환(최우성), 제갈량 서호정(윤현수)으로 구성된 ‘수
[CULTURE TVIEW] 수사반장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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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디즈니+ | 감독 앤드루 헤이그 / 출연 앤드루 스콧, 폴 메스컬, 제이미 벨, 클레어 포이 / 공개 4월24일
플레이지수 ▶▶▶▷ | 20자평 - 탐미적 우울을 그리는 올해의 힙스터픽 퀴어영화
백색소음 기계라도 틀어두어야 할 정도로 지독한 적막으로 가득한 런던의 작은 아파트. 그곳에 홀로 살며 시나리오를 쓰는 애덤(앤드루 스콧)은 유년기를 보낸 고향을 오간다. 그곳엔 어머니가 항상 옛모습 그대로 그를 기다리고 있다.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이웃 해리(폴 메스컬)가 방문한다. 첫눈에 애덤이 자신과 같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아챈 해리는 그에게 저돌적으로 다가간다. 애덤은 처음에는 해리의 열정적 사랑을 부담스러워 밀쳐내다가 점점 깊은 사이가 된다. 그는 평생을 클로짓 퀴어(숨은 퀴어)로 살았던 유년기의 상처를 해리와 나누고자 그의 고향으로 함께 간다. 애덤이 고향이라고 생각한 집은 사실 아무도 살지 않은 빈집이었다.
<올 어브
[OTT 리뷰] ‘올 오브 어스 스트레인저스’, ‘베이비 레인디어’, ‘종말의 바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