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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홍콩 필마트에서 만난 감독들, 수지 아우, 애덤 웡, 올리버 시 쿠엔 찬, 유해양 감독
남선우 2024-03-28

내 안의 초능력을 찾아서, <지구에 떨어진 여자> 수지 아우 감독

-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이었던 첫 장편, <밍밍>(2006) 이후 오랜만에 돌아왔다.

= 운 좋게도 두 번째 장편 <지구에 떨어진 여자>로 올해 로테르담국제영화제 타이거 경쟁부문에 초청받았다. SF와 무협의 조화를 유럽 관객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했는데, 객석이 꽉 찼고 반응도 좋았다. 홍콩 필마트에서는 여러 프로그래머들과 산업 관계자들을 만나 영화를 선보일 방법을 논의 중이다. 내 세 번째 영화의 운명도 여기 달린 것만 같다!

- 천체가 지구와 충돌하는 순간 젊은 여성으로 변신한다는 발상이 재밌다. 어떻게 구상했나.

= 늘 SF 장르 그리고 여성 전사 캐릭터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모두가 불가해한 일에 희생당하고 있다고 느꼈고, 우리가 초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면 어떨지 상상하면서 하늘에서 떨어진 돌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떨어진 여자는 당신일 수도 있고, 당신의 정신일 수도 있다. 그가 남은 생을 이끌어갈 초능력을 받아들이는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

- 신선한 화법을 가진 슈퍼히어로 무비처럼 들린다.

= 지금처럼 전세계가 혼란스러운 상황에 꼭 필요한 영화라고 믿는다. 우리 내면의 힘에 대해 말하기 때문이다. ‘미션 임파서블’에 가까웠지만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찍었다. 앞으로도 전세계 관객에게 다가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는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내면의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영화를 만들고 싶다.

수어로 말하는 청춘, <우리가 말하는 방식> 애덤 웡 감독

HAF 시상식에서 가장 큰 상금인 2만5700달러를 현금 수여하는 CCG 그랜드상은 <우리가 말하는 방식>에 돌아갔다. 이 작품은 그간 축구(<베컴이 오언을 만났을 때>(2004)), 스트리트 댄스(<광무파>(2013)) 등을 매개로 청춘의 한 시절을 포착해온 홍콩의 중견감독 애덤 웡의 신작이다. 이번에는 ‘수어’다. 서로 다른 수준의 청각장애를 가진 울프, 소피, 앨런은 각자가 처한 환경에 따라 달리 수어를 받아들이고 있다. 가족구성원 전원이 청각장애인인 울프는 수어에 능통한 반면 인공와우 이식 후 부모로부터 비장애인처럼 보일 것을 강요받아온 소피는 수어가 어색하다. 중간에 선 앨런이 소피의 수어 선생을 자처하면서, 세 사람은 “진정한 자아를 찾기 위해 싸우는 모험”을 떠난다. “공동 각본가와의 대화를 통해 생소했던 청각장애인 문화를 접하면서, 장애를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라고 토로한 웡 감독은 지난 5년간 “청각장애인, 학자, 사회복지사와 같은 전문가들, 그리고 이 분야의 수많은 단체들”을 만나 각본을 발전시켰다. “그럴 리 없겠지만 홍콩의 모든 청각장애인과 얘기해본 기분이다.” 그는 앨런 역을 포함해 50명이 넘는 청각장애인 연기자와 제작진이 영화에 참여했다는 후일담도 전했다. “20년 영화 인생에 있어 가장 큰 도전이었다. 기회를 박탈당해온 이들의 이야기를 낭만화하지 않으면서도 메시지를 살릴 수 있도록 완성해보겠다.”

“논쟁을 곧 성취로 삼겠다”, <호독불> 올리버 시 쿠엔 찬 감독

중국에는 ‘호독불식자’(虎毒不食子)라는 속담이 있다. 아무리 독한 호랑이라도 제 자식을 잡아먹진 않는다는 뜻이다. <호독불>의 올리버 시 쿠엔 찬 감독은 고된 상황에서도 아이를 위하는 부모의 심지를 빗댄 이 표현의 꼬리를 싹둑 잘라 자신의 두 번째 영화 제목으로 삼았다. 시험에 빠지는 호랑이는 홍콩 신계에 사는 30대 중반의 여성 석징. 작지만 색깔 있는 동네 빵집에서 자부심을 갖고 일해온 그는 출산 이후 “육아에 주도적으로 나서지 않는 남편, 자신들만의 양육법을 고수하는 시부모, 제빵이 버겁게 느껴질 정도의 신체 변화”로 인해 메말라간다. 영화는 결국 일터를 떠나는 석징의 위태로운 걸음에 포커스를 맞춘다. 일련의 유사작들이 떠오르려는 찰나, 쿠엔 찬 감독은 데뷔작 <스틸 휴먼>(2018)으로 홍콩영화금상장, 아시아필름어워즈 신인감독상을 품에 안은 후 찾아온 “초보 엄마의 감정적 여정”을 들려줬다. “원래 두 번째 작품으로 성희롱 사건을 다루려 했는데 임신을 하고 엄마가 됐다. 당초 계획을 잊을 만큼 강렬한 경험이라 영화로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잊을 만하면 뉴스에 나오는 ‘아이를 해친 엄마’들을 비난하던 내가 어떻게 그들을 나와 가까운 여자로 느끼게 됐는지 말이다. 영화가 불러일으킬 논쟁이 곧 이 영화의 성취가 아닐까?” 홍콩 필마트 마지막 날 <호독불>이 ‘HAF 투 칸’(HAF Goes to Cannes Program) 선정작 중 한편으로 호명되면서, 그 불씨는 올해 칸영화제 마켓 스크리닝 자리에서 처음 지펴질 예정이다.

연변, 부산 그리고 어머니, <웨이크 미 업> 유해양 감독

- LA 아트센터디자인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한 후 올해 HAF에서 첫 장편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 설레면서도 긴장된다. 장편영화는 단편을 만드는 것과 전혀 다른 일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새롭다.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더 많은 회사와 협업해야 한다. 홍콩 필마트에서도 여러 미팅을 하며 흥미진진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 고향인 중국 연변이 <웨이크 미 업>에 영감을 주었다고.

= 연변의 인구 절반이 한국계 중국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일을 하고자 한국에 간다. 이 영화는 어머와 아들의 이야기인데, 청소년기에 보고 들은 친구들의 이야기가 영향을 미친 듯하다. 내 영화 속 어머니도 아들을 떠나 10년이 넘도록 한국에 살고 있다. 그랬던 인물이 연변으로 돌아와 어느덧 낯설어져버린 자기 아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아간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감독인 잉마르 베리만처럼 어머니 캐릭터를 통해 한 인간의 영혼을 깊이 관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고 싶다.

- 한국에서의 촬영도 계획 중이라고 들었다. 로케이션으로 고려 중인 장소는 어디인가.

=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다. 프로듀서들의 도움을 받아 부산에 마음에 드는 집, 거리, 가게 등을 이미 발견했다. 홍콩에서 <웨이크 미 업>의 한국 촬영을 위해 협업할 수 있는 영화인들을 많이 만나 함께 방법을 찾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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