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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합정동 마이페이보릿을 가다 - 당신도 이곳을 좋아하게 될 거예요
이유채 사진 오계옥 2024-03-28

2023년 4월 서울 합정동에 오픈한 국내 최대 영화 굿즈숍 ‘마이페이보릿’이 다음 달이면 1주년을 맞는다. 사실 이 시네마 스토어의 역사는 더 길다. 마이페이보릿은 이제는 없어진 군산 매장 시절부터 지금까지 6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브랜드로 신현이 대표가 변함없이 주인장을 맡고 있다. 지하 1층에 자리한 합정 매장은 각종 영화 포스터와 책, LP와 작은 소품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어 환상 동굴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의 방문객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물건들 앞에 서서 어떤 상상을 할까. 문뜩 궁금해졌다.

신현이 마이페이보릿 대표 인터뷰 - 취향의 공간을 만든다

마이페이보릿의 대표가 되기 전까지 신현이 대표는 직장인이었다. 매일같이 IT 회사로 출근하면서도 스스로를 “영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영화 감상문을 끄적이는 게 일상이 된 지는 이미 오래였고 영화 글을 기고하며 이중생활을 해온 시간도 두둑이 쌓인 터였다. 2017년 무렵 전면적으로 영화 글을 써보겠단 의지로 회사를 관뒀고 실행도 했다. 배우론에 관한 잡지를 준비해서 크라우드펀딩 단계까지 갔는데 막판에 어그러졌다. 그래도 영화 일을 하고 싶었다. “언젠가 영화 관련된 물건들을 한데 모으는 오프라인 거점을 갖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그때부터 구체화했다. 현실적인 직장인 마인드가 여전히 강할 때였고 나이도 30대 중반이었던 터라 “낭만 없이 계산적으로” 창업에 나섰다. 장소만 과감히 선택했다. “서울만 아니면 된다”는 집념으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장소를 물색하다가 <8월의 크리스마스>의 촬영지인 군산의 초원사진관 근처 일본식 가옥이 눈에 들어왔다. 결국 연고 없는 군산에 정착했다. 그리고 2018년에 마이페이보릿을 열면서 그는 국내 최초 상시 운영하는 영화 굿즈숍의 대표가 되었다.

서울 합정동으로 가게를 옮긴 건 군산점이 망해서가 아니다. 관광지에 있던 군산점의 수완은 꽤 괜찮았다. 다만 “마그넷이 주로 팔리는 평범한 기념품숍이 돼버렸다는 사실”이 그를 맥 빠지게 했다. 그래서 “영화 좋아하는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오는 공간”을 목표로 합정에 2호점을 냈다. 병행하려 했으나 관리 문제 때문에 결국 군산점을 접고 다시 서울살이를 시작했다. 오픈 1주년을 앞둔 지금의 합정 마이페이보릿은 신현이 대표의 바람대로 좀더 마니악한 공간이 됐다. “군산에서 몇년째 안 팔리던 <트윈 픽스> 배지가 여기서는 바로 팔렸다. <어바웃 타임>이나 웨스 앤더슨의 포스터 대신 <퍼펙트 블루>나 <에반게리온> 포스터를 찾는 고객들을 보면서 왠지 마음이 놓였다.” 타깃층을 변경해도 된다는 확신이 생긴 그는 “덜 대중적이고 더 희귀한 아이템을 확보”하는 동시에 “내 취향이 드러나는 작품”을 고르는 비율도 늘려나갈 계획이다. 구체적인 올해 목표는 마이페이보릿을 “취향이 비슷한 사람들이 영화적인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애초에 공간 활용을 목적으로 무리해서 넓은 면적을 택한 만큼 “상영회, 토론회, 음악 감상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볼 생각이다. 모임을 통해 공간과 고객을 연결하고 단골을 늘려나가다 보면 “온라인 스토어보다 매출은 적지만 애정은 훨씬 큰 오프라인 스토어”를 계속 운영해나갈 수 있을 거라고 그는 믿고 있다. “티모테 샬라메 같은 스타가 이곳을 방문해 인증숏을 올려주는 기적을 바라면서 오늘도 내일도 버틸 거다. (웃음)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내겐 희망이 있다.”

마이페이보릿에 들어서면 처음 마주하는 광경이다. 매장은 크게 LP존, 포스터존, 서적존으로 나뉜다. 지브리존이 특별히 따로 마련돼 있고 마블, <스타워즈>, <해리 포터>관련 아이템도 작은 규모로 모아놨다. 단순하고 확실한 공간 구성으로 이동의 번거로움을 줄였다. 고객은 자신이 관심 있는 구역에서 시간을 보내면 된다.

LP존은 마이페이보릿의 최고 인기 구역이다. 2천여종이 넘는 LP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중 영화 사운드트랙 앨범이 80%를, 신현이 대표가 취향대로 고른 앨범이 20%를 차지한다. 각양각색 디자인의 앨범들을 벽에 걸어 인테리어로 활용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에게 미술관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듯한 관람자의 경험을 안긴다. 여기에 앨범을 직접 만져보는 촉감적 경험이 공간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긴다.

포스터존에서는 사진 촬영이 많이 이뤄진다. 극장에서 실제로 거는 오리지널 사이즈의 대형 포스터를 나란히 붙여 고객의 이목을 끈다. 구하기 힘든 수입 포스터부터 B컷 버전의 포스터까지 만날 수 있어 좀처럼 발을 떼기 어려운 구역이다.

매장 곳곳에서는 신현이 대표가 직접 쓴 추천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손글씨 추천사’는 그가 군산 시절부터 해왔던 소소한 재밋거리로 큐레이터(사장)와 고객 사이의 거리를 좁혀 공간의 친밀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내용을 읽어보면 상당히 공들여 쓴 것 같지만 신 대표에 따르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바로 적은 것뿐”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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